지난 2일 부산 남구 문현2동에서 백석민 남구의원이 공동화장실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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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문현2동은 부산의 대표적인 불량주택 밀집지역이다. 2~3층짜리 주택과 상가들이 모여 있는 이곳엔 너비가 2m 채 안 되는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지난 5일 오후 찾아간 동네 골목길 안쪽에는 페인트가 벗겨지고 담벼락 여기저기 금이 간 노후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동네 공동화장실이 보였다. 주민 박아무개(76)씨가 말했다.
“저거 쓰기 싫다 카믄 이 동네 못 산다. 여 집들이 전부 대여섯평(16~19㎡) 쯤 될까? 방 하나에 부엌 하나 딸린 집들이라, 볼일 보고 씻을 만한 화장실이 없다. 그래서 저거(공동화장실)를 아직까지 쓰는 기라.” 문현2동에는 남구 전체에 있는 공동화장실(32개) 가운데 절반(16개)이 몰려 있다고 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철물점이 있는 전봇대 주변에 종이박스와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쓰레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던 배아무개(71)씨 옷이 땀에 젖어 축축했다. 배씨는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두차례 동네를 돌며 파지 상자 등을 주워 전포대로 맞은편 고물상에 가져다준 뒤 돈을 받아 생계를 꾸린다.
“일 끝나면 온몸이 땀범벅이지예. 집에 욕실이 없으니 주방에서 큰 다라이(대야)에 물 받아서 씻는다. 목욕은 마 꿈도 못 꾸고, 그냥 몸이나 닦는 정도다. 귀찮고 불편하지만, 우짜겠노? 동네에 목욕탕이 없어졌는데 그리 살아야제.” 배씨가 말했다.
부산 남구 문현2동 골목길 모습. 김영동 기자
부산 남구 문현2동 골목길 모습. 김영동 기자
1973년 문을 연 동네 목욕탕은 최근 공공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 4월 문을 닫았다. 주민들은 할 수 없이 다른 동네로 ‘원정 목욕’을 다닌다. 전포돌산공원 쪽 언덕길을 넘어 문현동으로 가거나, 왕복 10차선 도로와 동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부산진구로 향한다. 직선거리는 500~600m 정도지만, 고령자들에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문현2동은 주민 8090명 가운데 65살 이상 노인이 2123명이다. 고령 인구 비율이 26.2%로, 전국 평균(18.4%)과 부산 평균(21.6%)을 훌쩍 넘어선다.
주민 박아무개(67)씨는 “몸이 불편한 노인이 가파른 언덕을 넘거나, 대로를 지나 다른 동네 목욕탕까지 가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그러다 보니 개인 위생이나 건강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아무개(71)씨는 “거리도 그렇지만, 가격도 문제”라며 “일정 수입이 없는 노인에게 목욕값 8000원은 부담”이라고 푸념했다.
백석민 남구의원은 “기본적인 삶의 질은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남구청이 나서 공공목욕탕을, 어려우면 공동샤워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구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고, 현황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공동샤워장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