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수 부산교육감이 지난달 12일 아침 8시 부산 동래고 운동장에서 학부모 기자 3명, 학생들과 함께 아침 체인지 활동에 참여했다. 부산교육청 제공
부산교육청의 의욕적으로 시행하는 ‘아침체인지’ 프로그램에 대한 현장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교육부가 전폭 지원하고, 시민 여론도 호의적인데, 현장 교사들은 시큰둥하다.
아침체인지는 하윤수 부산교육감의 공약으로, 건강과 집중력 향상을 위해 학생들에게 매주 1회, 20분 이상 아침 신체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학생 인성함양 프로그램이다. 참여 학생들은 원하는 요일에 걷기, 줄넘기, 전통놀이 등 개인종목과 축구, 농구, 배드민턴 등 단체종목 활동을 한다. 모든 학생을 참여시키는 게 원칙인데,
‘선도학교’로 선정되면 연간 1천만원을 지원하고 관리자(교장·교감) 직무성과평가 때도 가점을 준다.
2일 현재 부산 초·중·고교 632곳 가운데 373곳(초등학교 138곳, 중학교 132곳, 고교 96곳)이 아침체인지를 시행하고 있다. 참여율이 59%에 이를 정도다. 교육부도 특별교부금 35억원을 배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도 격찬했다고 한다. 지방의회도 전폭 지원한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 심사를 하면서 아침체인지와 관련해 운동장 우레탄 설치 등 시설 개·보수에 135억원을 반영했다.
아침체인지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지난해 12월 부산시민 1500명(학부모 476명 포함)을 대상으로 시행한 부산 교육정책 정기 여론조사에선 학교 아침 체육 활동에 대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88.1%(1322명)로 나타났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9.5%(143명)에 그쳤다. 아침 체육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의 주요 이유는 “건강한 바탕이 되어야 스트레스도 줄고 정신이 맑아져 학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였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전교조 부산지부가 지난달 12~19일 학교 연락망을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더니 소속 학교에서 아침체인지를 실시 중이라고 응답한 619명 가운데 207명(33%)이 “교장·교감의 요구로 시행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생 또는 학부모의 동의를 받았느냐’는 물음엔 “학생 동의” 5%(30명), “학생과 학부모 모두 동의” 19%(117명)이었다. 응답자의 30.6%(147명)만이 사전 동의를 받고 아침체인지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전교조 부산지부가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아침체인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 제공
전교조 부산지부는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은 학교가 절반이 넘고, 3분의 1 정도는 관리자 지시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취지가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적극성이 발휘되지 않으면 효과를 얻기 힘들다. 강제적인 아침체인지 사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아침체인지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현장의 평가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