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달성군-수성구 관할구역 경계변경 관련 주민설명회’를 앞두고 찬반 주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수성구 편입 절대 찬성!” “가창은 군이 좋다. (수성)구 편입 절대 반대!”
30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행정복지센터 앞. 가창면을 수성구로 편입하는 문제를 놓고 주민 150여명이 찬반 집회를 벌였다. 이날 이곳에서 대구시가 주최하는 ‘달성군-수성구 관할구역 경계 변경 관련 주민설명회’는 반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파행됐다.
반대 펼침막을 든 주민 이아무개(66)씨는 “농촌인 가창면이 수성구로 편입되면 원주민들은 손해가 엄청나다. 당장 오지에 택시비를 지원하는 행복택시도 사라진다. 어르신들은 행복택시가 없으면 이동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행정구역 변경으로 농어촌지역의 혜택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주민 이중희(65)씨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임기 끝나면 대구를 떠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동네에서 형·동생 하던 사람들을 이렇게 갈라놓고 뭐 하는 짓이냐”고 지적했다.
반면 찬성 주민들로 꾸려진 ‘수성구 편입 대책위원회’ 쪽은 “가창면이 수성구에 편입되면 화장시설 등 혐오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기장군이 부산시로 편입된 뒤 비약적으로 발전했듯이 지역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이덕환(70)씨는 “가창면은 비슬산으로 가로막혀 달성군의 섬이 됐다. 군청을 가려면 수성구·남구·달서구를 지나가야 한다. 달성군에 있으면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 예정이었던 ‘달성군-수성구 관할구역 경계변경 관련 주민설명회’가 반대 주민들의 반발로 파행됐다. 김규현 기자
달성군 동쪽 끝에 있는 가창면은 면적이 111.17㎢로 달성군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 비슬산(1084m) 등 높은 산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으로 수성구 파동과 맞붙은 도로가 나 있다. 가창면은 1914년 대구군에 속한 3개 면이 통폐합되면서 생겼다. 1958년 대구시에 편입됐다가, 1963년 다시 경상북도 달성군으로 편입됐다. 그러다 1995년 달성군이 대구시로 편입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가창면을 수성구로 편입하는 방안은 2020년 총선의 이슈 중 하나로 거론됐으나, 지난 3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기자들과 만나 언급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대구시는 가창면 주민의 실질적인 생활권이 수성구이지만 관할 행정구역이 달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수성구와 달성군에 수성구 편입에 관한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수성구는 찬성 의견을 대구시에 전달했고, 달성군·의회는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혔다. 다만 지난 4월 달성군이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달성군민 전체는 반대 의견이 높게 나왔지만 가창면민은 찬성 의견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다음달 대구시의회에 ‘관할구역 경계 변경 조정 신청에 대한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3분의 2 이상 동의해야 한다. 동의안이 통과되면 행정안전부에 관할구역 경계 변경 조정 신청을 하고, 행안부는 관할구역 경계 변경 자율협의체 구성을 요청한다. 자율협의체는 최대 150일 동안 공청회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협의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대구시 달성군 행정구역 현황. 달성군청 누리집 갈무리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