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내년 3월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도축장을 이용하는 양돈업계가 날벼락을 맞았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최근 진행한 북구 검단동 대구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부분육가공장·부산물상가) 운영방안 연구용역에서 시장 운영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곳은 전국에서 하나뿐인 공립 도축장이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취임 뒤인 지난해 12월 축산물도매시장 운영 전반에 대해 특정 감사를 한 뒤, 도매시장 폐쇄, 이전, 시설 현대화 등을 검토해 필요한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다.
중간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2019년 도축된 물량 가운데 대구 농가에서 출하된 물량은 소 418마리, 돼지 1125마리로, 각각 전체 물량의 9.7%, 0.66%에 그쳤다. 나머지 90%가량은 경북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 출하됐다. 용역을 맡은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은 이 도축장이 대구시가 운영하는 공립시설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분석했다. 또 내년 6월 도축장 인근에 금호워터폴리스 산업단지가 준공되고 아파트 4000여가구가 들어서면 악취와 교통 혼잡 등 민원이 예상되며, 시설 현대화 비용으로 예산 211억원이 들어 사업성이 없다고 봤다.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전경. 대구축산물도매시장 누리집 갈무리
양돈업계는 날벼락을 맞았다. 대구 도축장에서는 주로 어미돼지(모돈)를 도축하는데, 늙어서 새끼를 낳지 못하는 어미돼지를 제때 도축하지 못하면 돼지 생산 등 농장 운영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비규격돈인 어미돼지는 무게가 200㎏이 넘어 도축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인데, 지난해 대구 도축장의 비규격돈 도축량은 전체 도축량의 65%가량을 차지했다. 비규격돈은 돼지국밥, 수육, 돼지갈비, 대패삼겹살 등으로 팔린다. 박종우 대한한돈협회 경북도협의회장은 “어미가 늙으면 내다 팔고 새로 사 길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늙은 돼지를 데리고 살아야 하는데, 농장에서 죽여서 처리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방병배 대한한돈협회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도축이 원활하지 못하면 유통도 어려워져 농가 피해는 물론 국밥 등의 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026년까지 운영 기간이 남은 부산물상가도 문제다. 부산물상가를 위탁 운영하는 대구축산물도매센터의 이상식 대표는 “도축장에서 나온 부산물을 당일 작업해 공급할 수 있어 대구는 생고기, 막창, 곱창 등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도축장이 떠나면 부산물도 나오지 않는다. 이 상황이 너무 서글프다”고 말했다.
대구시 북구 검단동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안 도축장 계류장에 어미돼지(모돈)들이 모여 있다. 김규현 기자
경상북도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경상북도는 대안으로 내년 7월 경북 안동시에 문을 여는 축산물종합유통센터에 어미돼지 도축 시설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을 책정하고 시설을 짓는 데 빨라도 1년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정아 경북도 축산정책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북에서 기른 가축을 대구시민들이 먹는다. 폐쇄 시기를 1년만이라도 늦춰달라고 대구시에 요청했는데, 못 해준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대구시는 경북 고령, 경남 김해 등 도축장을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필요하면 운송비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조숙현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은 “당장 농가들이 불편을 겪는 점은 공감하지만, 그 책임을 모두 대구시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경북도가 예비비를 책정한다면 충분히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북구 검단동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안 부산물상가. 김규현 기자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