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혐오를 반대하는 경대인의 모임’은 이달 초부터 매주 월·목요일 낮 12시30분부터 경북대 본관에서 북문까지 이슬람 혐오를 반대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이슬람 혐오를 반대하는 경대인의 모임 제공
경북대 학생·교수·직원들이 교내에서 이슬람 혐오를 반대하는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대 학생·교수·교직원이 참여하는 ‘이슬람 혐오를 반대하는 경대인의 모임’은 지난 4일부터 매주 월·목요일 낮 12시30분부터 경북대 본관에서 북문까지 이슬람 혐오를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들이 교내 행진에 나선 것은 최근 이슬람 사원이 지어지는 경북대 서문뿐 아니라 북문 등 경북대 곳곳에 ‘이슬람 아웃’이라고 적힌 펼침막이 붙는 등 혐오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슬람 혐오를 반대하는 경북대 구성원들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프라인 행동을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삶은 돼지머리를 전시하거나 돼지고기를 나눠 먹는 행사를 여는 등 경북대 사회와 지역사회는 인종차별과 인권침해로 고통받고 있다. 경북대인의 행진은 혐오와 차별로 점철된 지난 2년 반 동안 함께 고통을 겪었을 이슬람교도 유학생, 경북대 학생, 교직원, 지역주민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리다”고 밝혔다.
경북대 서문 앞에 붙은 “이슬람 아웃(OUT), 대현동 지키자“고 적힌 펼침막. 이런 펼침막은 북문 등에도 붙었다. 김규현 기자
교내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육주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슬람 아웃’이라는 펼침막은 한국 학생들이 유학 간 학교 앞에 ‘코리안 아웃’이라고 적힌 것이나 다름없다. 이슬람교도 유학생도 우리 구성원이기 때문에 여러 학내 구성원들이 이런 심각한 혐오 문제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행진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경북대에 다니는 이슬람교도 유학생들은 서문 근처 주택을 사들여 2020년 12월 사원 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공사 현장 앞에서 바비큐 파티, 수육 파티를 벌이거나 돼지머리를 전시해두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반려동물로 키우는 돼지 품종인 ‘미니피그’ 두 마리를 입양했다가 키우기 힘들다는 판단에 하루 만에 돌려보냈다. 돼지는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동물이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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