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장비를 이용해 맨홀 준설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 가운데 1명이 5m 아래 맨홀 바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1명은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 경남 김해서부경찰서와 김해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5일 오후 3시40분께부터 ㄱ환경개발 소속 직원 30대 ㅇ씨와 50대 중국인 노동자 ㄴ씨 등 2명이 펌프카를 이용해 경남 김해시 주촌면 골든루트산업단지 내 맨홀의 오니 준설작업을 했다.
이들이 작업한 맨홀은 지름 70㎝, 깊이 5m 크기였다. ㅇ씨는 펌프카를 작동하고, ㄴ씨는 오니를 뽑아 올리는 호스를 붙잡고 있는 등 2명 모두 지상에서 작업했다. 작업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나왔던 김해시 담당 공무원은 이날 오후 5시20분께 작업 마무리 지시를 하고 다른 현장으로 떠났다.
하지만 이날 밤 9시40분께까지 ㅇ·ㄴ씨 등이 회사에 복귀하지 않고 전화 연락도 되지 않자, ㄱ환경개발은 김해시 담당부서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 상황을 문의했다. 연락을 받은 담당 공무원이 급히 현장에 갔을 때 펌프카는 시동이 걸린 상태였고, 작업자 2명은 보이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은 맨홀 바닥에 2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ㅇ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고, ㄴ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문용주 김해시 하수과장은 “골든루트산업단지에는 50m 간격으로 맨홀이 설치돼 있는데, 연약지반이라서 자주 맨홀이 막힌다. 이 때문에 준설업체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준설을 한다. 이날도 일상적인 준설작업이었고, 작업자들이 맨홀 안에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경찰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강용 김해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작업자 2명의 몸에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맨홀 안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들이 왜 맨홀 안에서 발견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17일 ㅇ씨의 주검을 부검할 예정이다. ㄱ환경개발의 안전조처 이행 여부와 김해시의 관리·감독 책임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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