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팔룡산 기슭에 있는 미군 전용 사격훈련장이 지난 3월부터 벌목을 하는 등 시설개선 공사를 하면서 훤히 드러나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제공
경남 창원시내에 있는 미군 사격훈련장이 시설개선 공사로 인해 그 존재가 훤히 드러나자, 깜짝 놀란 시민들이 공사 중단과 시설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3일 창원시 설명을 종합하면, 주한 미8군은 지난 3월부터 창원시 의창구 차용동 팔룡산 기슭에 있는 미군 전용 소총사격장의 시설개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땅은 우리 정부가 미군에 내준 공여지로, 미군은 1972년부터 사격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체 면적은 1만5천㎡가량으로, 현재 나무를 베고 잡초를 제거하면서 사격장 전체가 훤히 드러난 상태다.
하지만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미군은 창원시와 협의·허가 등 절차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창원시는 정확한 공사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시설은 탄약창·예비군훈련장 등 한국군 군사시설에 둘러싸여 있어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다. 미군은 연간 25일 정도 이곳에서 사격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년 전까지 미군 사격장 주변 1㎞ 거리 안에는 민가가 없었다. 5층 이하 높이의 농산물도매시장, 공구상가, 자동차정비소, 신창원역, 화물터미널, 창원종합버스터미널 등만 있었다. 사격장은 숲속에 위치해 있어 외부인 눈에 띄지 않았고, 주변에 마을도 없어 민원을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사격장 주변 1㎞ 거리 바깥에 대규모 고층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집 안에서 사격장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부터 시설개선 공사를 하면서 흉물스러운 모습이 더 명확하게 드러났고, 이 시설이 미군 사격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졌다.
창원시민들은 소음 피해와 오발사고 우려를 제기하며 창원시청과 창원시의회 누리집의 시민게시판에 미군 사격장 공사 중지와 시설 이전을 요구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경남진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3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군 사격장 공사 중지와 시설 이전을 국방부에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도 이날 성명을 내어 주민들의 반대에도 공사를 계속하면 미국대사관 항의방문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시는 “공여지에 조성된 미군 전용 사격장이라서, 사격장 시설개선 공사와 관련해 창원시가 관여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소음과 시민 안전과 관련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방부와 협의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설 이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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