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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시민들이 건립한 기적의 소극장…“쓰러져 가는 소극장 살리자”

등록 2023-05-02 16:43수정 2023-05-03 02:41

효로인디아트홀 1층 ‘기억의 방’을 찾은 대학생들이 지난달 28일 세월호 참사 때 숨진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들이 만든 작품들을 보고 있다. 효로인디아트홀 제공
효로인디아트홀 1층 ‘기억의 방’을 찾은 대학생들이 지난달 28일 세월호 참사 때 숨진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들이 만든 작품들을 보고 있다. 효로인디아트홀 제공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3호선 배산역 2번 출구를 나와서 왼쪽으로 들어서자 다가구 주택들 사이에 ‘효로인디아트홀’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맑고 투명한 새벽이슬(효로·曉露) 같은 독립(인디) 예술을 지향하는 공간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른쪽 창유리에 십시일반 후원금을 낸 단체와 시민들 이름이 빼곡히 쓰여 있었다.

1층 왼쪽에 마련된 사회적 기억 공간 ‘기억의 방’에 들어가니 노란색 리본이 손님을 맞는다. 세월호 참사 때 숨진 단원고 학생들의 넋을 기리는 등불과 자식을 가슴에 묻은 세월호 부모들이 슬픔을 견디며 만든 작품들과 <한겨레>가 유족의 동의를 받아 숨진 단원고 학생들을 소개한 기사 등 50여점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을 오르니 100석 규모의 소극장이 나온다.

효로인디아트홀. 김광수 기자
효로인디아트홀. 김광수 기자

효로인디아트홀은 사회적 약자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주로 무대에 올리는 대안문화공간이다. 수익과 흥행만을 좇는 거대 자본과 간섭과 통제가 뒤따르는 정부·자치단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독립예술인들이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설립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효로인디아트홀 2층 소극장. 지난달 22일 개관식에 참석한 후원자들이 건립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있다. 효로인디아트홀 제공
효로인디아트홀 2층 소극장. 지난달 22일 개관식에 참석한 후원자들이 건립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있다. 효로인디아트홀 제공

효로인디아트홀은 2012년부터 설립이 추진됐다. 1984년 창단한 극단새벽(옛 극단두레)이 더부살이를 면하고 건강한 풀뿌리 지역문화의 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독립공간을 짓기로 하면서다. 이성민(67) 전 극단새벽 대표와 단원 10여명이 돈을 빌려서 2016년 287㎡(87평)를 사들였다. 관객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지하철과 가까운 빈터를 골랐다.

터를 사들였지만 위기가 바로 찾아왔다. 대안독립예술 근거지를 만드는 것을 검토했던 단체들이 하나둘 포기한 것이다. 건축비가 바닥이 나서 공사는 계속 연기됐다. 건축 규모를 애초 7층에서 3층으로 줄이기로 하고 모금운동을 벌였다. 2000여명의 후원자와 21개 단체가 후원금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공사는 또 멈췄다.

지난해 7월 보다 못한 단원들이 직접 내부공사에 나섰다. 페인트칠을 하고 마루를 깔고 공연장 방음벽도 직접 만들었다. 지난달 22일 마침내 개관식을 열었다. 2012년 독립대안문화공간을 짓겠다고 나선 뒤 11년 만이었다. 개관식에 참석한 후원자 70여명이 축하금을 내놓았다. 단원들은 이 돈을 영화 상영을 할 수 있는 새 스크린을 사는 데 쓰기로 했다.

효로인디아트홀 들머리 유리창에 새긴 후원자들의 이름. 효로인디아트홀 제공
효로인디아트홀 들머리 유리창에 새긴 후원자들의 이름. 효로인디아트홀 제공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터 매입비 9억원을 포함해 20억원의 건축비가 들어갔다. 이 전 대표는 은행 대출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단원들은 600만~4000만원씩을 대출받았다. 변현주(51) 대표는 “단원들이 아르바이트하지 않고 연극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100년 극단으로 가는 밑돌을 놓고 싶다”고 했다.

효로인디아트홀은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창작 연극을 중심에 두면서도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어린이연극교실·청년인문예술아카데미 등 지역밀착형 교육사업을 하고 1층에 유료 카페를 열기로 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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