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행정통합 제1차 토론회가 4월27일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최상원 기자
1963년 분리된 부산시와 경상남도가 하나의 자치단체로 합치는 ‘행정통합'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통합 목표 시점은 2026년으로, 만약 63년 만의 재결합에 성공한다면 광역자치단체 통합의 첫 사례가 된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의 첫 절차인 제1차 토론회가 지난 27일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발제를 맡은 하민지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산·경남이 통합되면 인구 660만명의 지역 내 총생산 210조원 규모로, 경기·서울 다음의 전국 3위의 광역지자체로 발돋움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삶의 터전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주민 의견”이라며 부산시민과 경남도민의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행정통합을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우기수 경남도의원은 “행정통합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2026년을 목표로 정해 빠르게 진행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하면 좋겠다”며 ‘속도 조절’을 이야기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 작업에 참여했던 정홍상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치열하게 논의했으나 실패했다. 통합하면 우리에게 어떤 득이 있고, 염려되는 것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운 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장은 “과거 부산과 경남은 경마장, 신공항, 가덕도 조업권, 먹는 물 문제 등에 있어 협력하기보다 숱하게 싸웠다. 지금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통합과 같은 형태적 통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을 내 집 마당에 가져다 놓으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훈 창원대 교수는 “행정통합은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고민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기영 경남도 기획조정실장은 “여론조사에 앞서 경남도민과 부산시민에게 행정통합 관련 장단점, 파급효과, 쟁점 등 판단 근거를 이야기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자체가 행정통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수일 부산시 행정자치국장은 “연대와 협력으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행정통합을 논의하고 있지만, 광역단위 행정통합은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지금까지 몇개 시도가 통합을 논의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쉽지 않은 과제다. 그렇다고 포기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지난해 10월부터 행정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3차례의 토론회와 2차례의 여론조사를 한 뒤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행정통합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여론조사는 5월 말과 6월 초 실시할 계획이다. 여론조사에서 얼마나 찬성해야 행정통합을 추진할 것인지는 정하지 않았으나,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3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행정통합은 부산시민과 경남도민 3분의 2 정도는 찬성해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추진했던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을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백지화하면서 시작됐다. 김경수 전 지사는 2019년 수도권 집중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울산·경남을 다시 하나로 합하자며, 그 전 단계로 ‘부울경 메가시티’ 건설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전국 첫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지난해 4월18일 출범했다.
그러나 박완수 지사는 지난해 9월19일 “특별연합은 특별한 권한이 없다. 재정적인 지원 없이 업무만 떠안게 된다. 특별연합은 단점이 많기 때문에 특별연합을 거치지 말고, 곧바로 부산·울산·경남 행정통합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부산·울산·경남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두겸 울산시장이 행정통합에 반대하자, 지난해 10월12일 부산시와 경남도는 울산을 제외한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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