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한 선 잇기 브랜드.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항구도시 부산의 최남단 섬인 ‘영도’는 이곳에서 기른 말이 워낙 빨라서 그림자가 끊어져 보이지 않는다는 뜻에서 ‘절영도’(絶影島)라고 불렸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 영도대교가 건설되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몰려들면서 인구가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절영도’에서 절을 빼고 ‘영도’로 이름을 변경했고 1957년 영도구로 승격시켰다.
한국전쟁 뒤부터 영도구는 부침을 겪었다. 인구가 1960년 15만명에서 1984년 22만명까지 증가했다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 기준 인구는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원도심 3곳(중·동·서구)에 이어 네 번째이고 10만명대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이에 영도구는 막개발 대신에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바닷가 산길에 집을 짓고 살던 흰여울마을 등 옛 모습에 예술을 입히고 빼어난 바닷가 풍광에다 일본 쓰시마섬(대마도)을 볼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활용하는 ‘문화·관광도시 영도’를 추진했다.
부산 영도구 브랜드를 활용한 간판.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2019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부산 최초의 문화도시로 지정받았다. 이듬해 10월 체계적으로 문화도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영도문화도시센터를 만들었다. 영도문화도시센터는 ‘문화·관광도시 영도구’를 상징하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권위 있는 세계 디자인 국제공모에 도전했다.
첫 번째 낭보는 지난해 9월에 날아왔다. 미국산업디자인협회가 주관하고 디자인계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아이디이에이’(IDEA· 국제디자인최우수상) ‘브랜드 부문’ 은상을 받았다. 20개 분야에 30개국 2200점이 출품된 지난해 ‘브랜드 부문’엔 금상 수상자가 없었기 때문에 영도구 브랜드가 사실상 1위였고 국내 자치단체 가운데 ‘아이디이에이 브랜드 부문’ 최초 본상 수상이었다.
같은 해 10월엔 독일에서 연락이 왔다. 디자인계의 ‘아카데미 영화제’로 불리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주최 쪽이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 수상 소식을 알렸다. 3개 분야에 2만9천여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에 8000여점이 출품됐는데 영도구 브랜드는 당당히 본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 영도구 한 선 잇기 브랜딩.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부산 영도구 브랜드를 도입한 굿즈(상품).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지난 14일 독일에서 또 좋은 소식이 왔다. ‘영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이에프(iF·국제포럼) 디자인 어워드’ 2023년 공모전 ‘커뮤니케이션 공공브랜드 부문’ 본상이었다. 7개 분야에 56개국 1만1000여개 작품이 참여한 공모전에서 영도구 브랜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쪽은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에서 국내 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도시 브랜드 분야 3관왕을 달성했다. 대다수 자치단체 브랜드가 특산품·명물·장소·구호 등을 응용했지만 영도구 브랜드는 시민 누구나 참여하기 쉬운 ‘선’을 이용해 육지와 다리 4개로 연결된 영도구의 과거·현재·미래를 표현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또 영도구 브랜드 개발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키고 브랜드의 실생활 사용과 전파를 위해 주민 교육, 디자이너 양성, 국제포럼, 마케팅 등을 벌인 노력이 주최 쪽의 평가 기준에 적중했다고 덧붙였다.
김기재 영도구청장은 “영도 문화도시 브랜드가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3대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수상 성과가 더욱 빛나도록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의 문화도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