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삼 신신예식장 대표와 부인 최필순씨. 엘지복지재단 제공
55년간 형편이 어려운 부부 1만4천여쌍에게 무료 결혼식을 올려준 신신예식장 백낙삼 대표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93.
백낙삼 대표는 20대 때부터 사진사로 일하며 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1967년 경남 마산시(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에 3층 건물을 사서 신신예식장을 열었다. 애초 백 대표는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신혼부부를 위해 사진촬영비만 받고 무료로 결혼식을 올려줬는데, 나중에는 사진촬영까지 공짜로 해줬다. 웨딩드레스 등 결혼식에 필요한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했고, 직접 주례를 서기도 했다. 부인 최필순(83)씨는 신부의 부케를 직접 만들었고, 예식장 관리·청소·주차를 도맡았다.
백 대표 부부는 가난 탓에 결혼식을 미뤘었는데, 자신들처럼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신혼부부를 돕고자 시작한 일이었다. 이런 선행이 알려지면서 백 대표는 1988년 국민포장, 2019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2021년에는 엘지(LG) 의인상을 받았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부부의 결혼 장면이 신신예식장에서 촬영됐는데, 백 대표가 사진기사로 출연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100살까지 예식장을 운영하고, 은퇴 뒤 부인과 전국일주를 하는 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뇌출혈로 쓰러졌고, 의식을 되찾긴 했으나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현재 예식장은 부인과 아들 남문씨가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출신 진보적 학자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그의 사위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누군가의 행복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더 큰 행복과 자부심을 느꼈다는 백 대표님의 봉사 정신을 기억하겠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빈소는 마산의료원 장례식장 202호에 마련됐고, 발인은 30일 오전 9시30분이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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