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사립대 교수가 박사과정 논문 심사를 받는 외국인 유학생을 성희롱해 해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교수는 해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의 한 사립대 정교수인 ㄱ교수는 지난 2021년 상반기 박사 과정 논문 심사위원을 맡았다. ㄱ교수는 논문 심사를 받는 중국인 유학생 ㄴ에게 ‘궁녀’라고 부르며, 자신을 ‘황제’라고 부르게 했다. 그는 ㄴ에게 “궁녀, 기분이 좋아지려면 너의 수청을 받아야 한다”, “오늘 저녁에 나에게 수청을 들도록 하여라”, “총명하고 예쁜 궁녀 보고 싶구나” 등 메시지를 보냈다. ㄴ은 ㄱ교수의 연락을 피했지만, ㄱ교수는 “너의 수청을 받지 못해 기분이 별로다. 이제 최종심사에서 결정만 내릴 것”이라는 등 논문 심사에 영향을 끼칠 것처럼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ㄴ은 기혼 여성이었다.
결국 ㄴ은 대학 인권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받은 대학 쪽은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학생을 성희롱하고, 교원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등 이유로 ㄱ교수를 교수직에서 해임했다. ㄱ교수는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육부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구지법에 해임처분무효확인소송을 냈고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재판부는 “피해 학생이 ㄱ교수의 발언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ㄱ교수는 부당한 행위를 하더라도 쉽게 항의할 수 없는 유학생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 학생에게 수개월간 사적인 연락을 하며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지속해왔다. 징계 사유 중 성희롱 부분만 보더라도 파면에서 해임까지의 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ㄱ교수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ㄱ교수는 “서로 친한 사이였고, 학생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변하며 성희롱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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