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이 13일 이른바 ‘마약왕 전세계’ 관련 국내 마약 공급책 검거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드라마 ‘카지노’의 실존 모델인 한국계 마약왕으로부터 마약을 공급받아 국내 유통을 시도한 20대 3명이 구속됐다. 구속된 마약사범들은 ‘마약왕 전세계’란 별명으로 불리며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박왕열(45)씨로부터 마약을 받았다. 경찰은 박씨가 2021년 이른바 ‘바티칸 킹덤’ 조직 검거 이후 끊긴 국내 공급망의 복구를 시도한 것으로 본다.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13일 “엑스터시 100정과 필로폰 10g 등 마약류를 중간판매책을 통해 국내에 유통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ㄱ(20대)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중간판매책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ㄱ씨 등은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본보기용으로 지난 1월 중순 필로폰 10g, 2월 초 엑스터시 100정을 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마약 중간판매책들에게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ㄱ씨는 지난해 12월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박씨를 면회하고, 박씨로부터 마약을 공급받아 국내에 유통하기로 했다. ㄱ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박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약을 공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2016년 10월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이른바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범인이다. 그는 징역 60년형이 확정돼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2차례나 탈옥했다가 2020년 10월 다시 붙잡혀 현재 수감돼 있다. 최근 오티티(OTT) 드라마 ‘카지노’의 소재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교도소 수감 상태에서 국내에 마약을 공급해 ‘마약왕 전세계’로 불렸는데, 2021년 1월 바티칸 킹덤 조직 96명이 검거되면서 그의 한국 내 유통망이 붕괴됐다. 이번에 구속된 ㄱ씨는 어릴 때부터 박씨와 친분을 맺어온 인물로, 경찰은 ㄱ씨를 통해 박씨가 국내 마약 유통망을 복원하려 했던 것으로 본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법무부를 통해 박씨의 국내 송환을 요청한 상태이다. 이와 별도로 필리핀 교도소를 찾아가서 박씨를 직접 조사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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