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저녁 8시 30분쯤 부산 해운대구 횟집에서 나오자 동석했던 부산 국회의원·장관·시도지사 등이 배웅을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저녁 찾은 부산 해운대구 일광수산횟집은 윤 대통령이 직접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을 찾은 대통령이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저녁 장소를 직접 선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애초 부산시가 저녁 회식장소 추천을 부탁받고 떠올린 곳은 해운대 외곽의 미포지구 횟집들이었다. 해안과 가까워 바다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진입로가 좁고 주차공간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검토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후 시장실에서 해운대 중심가에 있는 ㄷ횟집을 추천했다. 주차공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하고 대통령 일행의 이동 거리도 짧다는 점을 고려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최종 재가를 받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일광수산횟집을 ‘콕 찍어’ 예약을 부탁했다는 뜻이 부산시에 전달된 것이다. 일광수산횟집은 부산에 두 군데가 있다. 기장군 일광읍에 있는 것이 원조이고, 해운대에 있는 것은 분점이다.
이 횟집의 가격은 해운대의 횟집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지난 7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백재홍의 한판 대결>에서 “제가 대선 기간에 이 집(일광수산횟집)에 갔다. 부산시 공무원들이 많이 가는 곳이다. 절대 비싼 집이 아니다. 그냥 대중적인 집이다”라고 했다. 이 횟집의 가격표를 보면 대표 회 코스가 1인당 6만원이다. 애초 박 시장이 추천했던 ㄷ횟집도 비슷한 가격이다.
윤 대통령이 이 횟집을 회식 장소로 선택한 것은 윤 대통령이 평소 약속 장소를 잡는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사 시절에도 지인과의 식사나 술자리 약속은 대부분 자신이 가본 곳 중에서 직접 골랐다. 지역 사정에 밝은 부산시의 전직 고위공무원은 “대통령이 지방을 찾을 때는 식품안전·맛·교통·경호·보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자치단체가 식당을 추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통령이 대규모 회식이 이뤄지는 식당을 직접 지정하는 것은 굉장히 낯선 풍경”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6시께 윤석열 대통령이 해운대해수욕장 옆 동백섬 누리마루아펙(APEC)하우스 3층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실사단을 만나고 있다. 이후 윤 대통령은 900여m 거리의 일광수산횟집으로 갔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일광횟집에서 회식이 있던 날 오후 5시50분쯤 누리마루아펙하우스에 마련된 2030년 세계박람회 실사단 환송 만찬장을 찾아가 실사단을 만난 뒤 오후 6시30분쯤 900여m 떨어진 일광수산횟집에 도착했다. 이 횟집에서 있었던 저녁 자리에는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했던 시·도지사들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 주요 장관들, 부산지역 여당 국회의원인 장제원(부산 사상구)·하태경(부산 해운대구갑) 의원 등 48명이 참석했다. 술과 식사를 겸한 저녁 자리는 2시간 동안 이어졌고, 윤 대통령은 저녁 8시30분쯤 일광수산횟집을 떠났다. 한 관계자는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와 관련한 대화가 주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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