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 등을 강요하며 4400여만원을 갈취한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 위원장이 구속기소됐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서경원)는 5일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 위원장 ㄱ(68)씨를 공갈죄로 구속기소했다. ㄱ씨는 건설현장을 돌며 위법 사실이 있는 것처럼 자료를 만든 뒤 노동청 고발을 빌미로 건설업체 관계자들에게 4420만원을 갈취해 대부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ㄱ씨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대구·경북 지역 건설현장의 철근·콘크리트 시공업체 15곳을 상대로 모두 20차례에 걸쳐 노조 발전기금 등 명목으로 4420만원을 뜯어냈다. ㄱ씨는 이미 채용이 끝나 실제로 채용이 불가능한 현장을 찾아다니며 노조원 채용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로 조합원을 1010명으로 신고했으나, 실제 조합원은 19명이었다. ㄱ씨는 상급단체를 내세워 마치 거대한 배후가 있는 것처럼 행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ㄱ씨는 스스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활동하면서, 공사현장에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는 노동자들이 쉬려고 안전 장비를 잠깐 벗어 놓거나, 안전설비를 바꾸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설비가 없는 순간을 촬영해 노동청에 고발할 자료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하도급업체인 피해 회사들은 노동청에 고발돼 점검받는 것만으로도 공사 지연 손해, 원청의 공기 준수 압박, 입찰·수주 불이익 등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고발 내용이 사실이 아님에도 ㄱ씨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가 근절되도록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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