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찾은 대구 달성군 현풍읍 자모리 옛 달성위생사업소 앞에 ‘현풍에 첫 동물화장장이 웬 말이냐! 결사반대’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규현 기자
지난 24일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 자모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금자(72)씨에게 반려동물 화장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김씨는 “공기 맑고 좋은 땅에 왜 하필 동물 화장장이냐.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성군은 자모리와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진 옛 달성위생사업소 1만4134㎡ 터에 사업비 70억원을 들여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만들려고 한다. 군 소유인 달성위생사업소는 10년 전 문을 닫은 뒤 방치돼왔다. 문제는 달성군이 이곳에 반려동물 놀이시설뿐 아니라, 동물 화장시설과 장례시설, 추모공원 등을 함께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벌 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이날 찾은 옛 달성위생사업소 앞에는 ‘현풍에 첫 동물화장장이 웬 말이냐! 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자모리 이장 차충현씨는 “우리 주민들은 위생사업소 때문에 30년 동안 악취로 고생했다. (화장장이 포함된)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들어서면 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반대한다는 뜻을 군에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가구가 점점 늘어나지만, 대구에는 반려동물 화장시설이 한곳도 없다. 대구시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13만5638마리. 대구시는 등록되지 않은 개체 수를 고려하면 전체 반려동물은 30만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한다. 반려동물이 늘어난 만큼 처리해야 할 사체도 함께 는다. 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을 통해 소각하거나, 전용 시설에서 화장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에는 화장장이 없어 가까운 경북 경산, 구미의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대구에서도 동물 화장시설을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번번이 주민들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대구 서구는 6년 전 한 민간업체가 낸 동물 화장시설 건축 허가 신고를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 민간업체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긴 다툼 끝에 지난 2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반려동물 테마파크에 대해 달성군은 조심스럽다. 군은 지난해 10월부터 ‘달성 펫 추모공원 조성 타당성 분석 및 기본구상 용역’을 발주하며 공원 시설에 화장장 등을 포함했을 때 유해물질 차단 방안과 경제성 여부에 대해 검토를 의뢰했다. 달성군 정책추진단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4월께 주민 공청회를 열어 최종 사업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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