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146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7일 오후 부산시의회 2층 대회의실 앞에서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 부산시는 한국수력원자력을 불러서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추진과정 등을 출입기자들과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위원들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김광수 기자
부산시가 원전 운영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불러서 부산시의회 상임위원회 위원들과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명회를 열려고 했으나, 원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큰 반발에 취소했다. 시민단체들은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들과 부산시의원들에게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찬반 등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부산시는 7일 오후 2시30분 부산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위원 8명과 부산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려던 ‘고리원전 내 사용후액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로드맵(계획) 설명회’를 취소했다. 부산·울산·경남 146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범시민운동본부)가 설명회장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였기 때문이다.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등이 대회의실에 들어가려고 하자 범시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은 막아섰다. 안 의장은 “(건식저장시설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서 설명회에 참석하려고 하니까 비켜달라”고 했으나, 범시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은 “부산시의회가 한수원 이사회가 지난달 7일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추진을 결의하기 전에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여태까지 핵폐기장 반대 결의문조차 내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여론 수렴에 나서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양쪽은 10여분 동안 대치했고, 안 의장 등은 결국 돌아섰다.
설명회 무산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건식저장시설을 찬성하기 위해 설명회를 마련한 것이 아니라 시민을 대변하는 언론인들과 시의원들을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의도였는데 결과적으로 무산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언론인들에게 설명하려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핵폐기장 반대 결의문조차 채택하지 않은 시의원들의 늑장 대처에 항의했다.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부산시가 건식저장시설에 대해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부산시의회에서 설명회를 여는 것은 부적절했다”고 되받았다.
부산·울산·경남 146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7일 오후 부산시의회 2층 대회의실 앞에서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 부산시는 한국수력원자력을 불러서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추진과정 등을 출입기자들과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위원들에게 설명하려고 했으나 범시민운동본부의 항의를 받고 취소했다. 김광수 기자
앞서 이날 오후 2시 범시민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장과 부산시의회,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 등은 기계적인 중립에서 벗어나 한수원의 핵폐기장 강행부터 저지시켜야 한다. 부산시민과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책임 있는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범시민운동본부는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들과 부산시의원 모두에게 △박형준 부산시장의 고리원전 수명연장·원전 입지 내 사용후액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에 대한 수수 방관적인 자세 △고리원전 2호기 수명연장 △고리원전 내 사용후액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국회에 상정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 등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10일 자정까지 답변을 받아서 이르면 후쿠시마 원전 참사 12주년을 맞는 11일에 시민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건식저장시설은 물 속에 있던 사용후핵연료를 꺼내서 저장하는 곳이다.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곳이 부족하다”며 고리원전 안에 건식저장시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범시민운동본부는 “영구적인 사용후핵연료 보관장소가 없기 때문에 건식저장시설이 영구적인 핵폐기장이 될 우려가 크다”며 반대한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