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월 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마약 조직의 정직원으로 취업해 활동한 마약운반책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7일 “마약운반책 18명과 마약투약자 82명 등 100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운반책 11명과 투약자 9명 등 20명을 구속했다. 또 필로폰 501g, 엑스터시 128정 등 시중유통가 기준 20억원어치의 마약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마약운반책 18명은 사회관계망서비스 텔레그램 공개채널에 뜬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마약조직에 포섭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조직은 이들에게 월 1000만원 이상 수익을 보장한다며 마약을 배달하는 정직원으로 입사할 것을 제안했고, 실제로 월 1000만원 정도의 급여를 지급했다. 또 마약 배달 과정에서 들어간 경비를 별도로 지급했고, 퇴직금도 적립했다.

마약운반책들은 입사하며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을 사진 찍어서 마약조직에 보냈다. 입사하고 10일~한달 동안 수습과정도 밟아야 했다. 수습기간에는 지정한 장소를 빠른 시간에 찾아가거나, 소량의 마약 또는 설탕봉지를 지정된 장소에 가져가서 숨기는 연습을 반복했다. 마약 배달은 반드시 낮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교육받았다. 이들은 마약공급책이 지정된 장소에 숨겨둔 30~50g의 마약을 찾아서 자신의 집에 가져가서, 전자저울을 이용해 0.14~1g씩 소량 낱개 포장을 한 뒤 배달했다.

마약조직은 근무수칙도 운영했다. 이에 따라 마약운반책은 근무시간에는 숙소에서 30분 이내 거리에서 항시 대기해야 했다. 배달지시에는 10분 이내에 답을 해야 하고, 20분을 넘기면 벌금을 물어야 했다. 답변을 5차례 지연하면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퇴사 당했다. 지각하거나 무단결근을 해도 벌금을 물었다. 마약 배달 출발·도착을 보고하지 않아도 벌금을 물었다. 마약을 잃어버리면 변상하는 것은 물론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퇴사 당했다.

마약운반책은 배달 건당 1만~3만원씩 계산해 주 단위로 급여를 받았다. 한사람이 많은 경우 하루에 70여건을 배달하기도 했다. 3개월 이상 일하면 장기근무자로 인정받아 수당이 올라갔다. 이들은 대부분 서울·경기에 사는 20대 무직자였는데, 인터넷 도박에 빠져서 재산을 탕진하는 등 빚더미에 눌러앉은 사람들이었다. 이들 18명 가운데 구속된 11명은 마약 관련 전과가 있었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붙잡힌 마약운반책들은 하나같이 ‘월 1000만원을 이렇게 쉽게 벌 수 있는데,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찌 그만두겠느냐’고 했다. 입사하며 주민등록등본 등 개인정보를 조직에 넘긴 상태라서, 조직에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조직총책과 마약공급책 등을 잡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