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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원짜리 생활체육시설 건물, 두 달 만에 물에 잠겼다

등록 2023-02-16 07:00수정 2023-02-16 12:38

부산 정관아쿠아드림파크 부실공사…170억 손실
부산 기장군 정관읍 정관아쿠아드림파크 모습. 김영동 기자
부산 기장군 정관읍 정관아쿠아드림파크 모습. 김영동 기자

“모든 게 엉망진창입니다. 도대체 공사를 어떻게 했길래….”

지난 14일 부산 기장군 정관읍 정관아쿠아드림파크 앞에서 <한겨레>와 만난 주민 정아무개(41)씨는 “아파트 단지 말고는 실내 생활체육시설이 거의 없는 동네다. 기장군이 수영장·헬스장 등을 모아놓은 복합 파크를 짓겠다고 해 기대가 매우 컸는데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주변에선 아쿠아파크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인근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난 김아무개(53)씨도 “개장 뒤 두달 정도 운영했는데,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 관리 부실로 시설물 고장이 잦았고, 습기가 빠지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민원이 제기된 탈의실도 그대로 방치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관읍 모전초등학교 맞은편에 자리 잡은 아쿠아파크는 지하 1층, 지상 2층, 총면적 1만1567㎡ 규모에 27개 레인의 실내 수영장과 체육시설, 물빛광장, 야외 풀장 등을 갖춘 생활체육시설이다. 지난해 6월 개장 당시 기장군은 ‘국내 최대 규모 실내 수영장’이라고 홍보한 바 있다. 시설에 투입된 예산은 500억원이 넘는다.

문제점은 개장 뒤 얼마 안 가 불거졌다. 수영장 물탱크의 물이 개장 두달 만에 넘치면서 지하 1층 기계실과 정비실이 사람 허벅지 높이(80㎝가량)까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설관리 부서가 곧바로 설비 점검에 들어간 뒤 아쿠아파크는 지금껏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8월 정관아쿠아드림파크 침수사고 당시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정종복 기장군수. 기장군 제공
지난해 8월 정관아쿠아드림파크 침수사고 당시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정종복 기장군수. 기장군 제공

기장군이 발주한 침수사고 원인 조사 용역 보고서에는 아쿠아파크의 총체적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설계 오류, 준공도면 확인 미흡이 14건에 이르고 시공 오류, 안전시공 미흡, 준공 전 유지관리 교육 전수 미흡 등이 30건이다. 감리·감독 부실을 지적하는 내용도 수두룩했다.

기장군의회는 국·시비 보조금 반납에 따른 손실액이 84억원에 달하고 수리비 등을 포함한 전체 손실액은 17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맹승자 기장군의회 부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사 도중 계획된 예산(462억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약 60억원을 더 지원해서 지은 아쿠아파크가 운영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 자체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기장군의회는 지난해 9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한달가량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은 조만간 기장군에 감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박우식 기장군의회 의장은 “감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철저하게 따지겠다. 기장군은 아쿠아드림파크 재개장, 혈세 낭비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장군은 오는 5월 시설을 재개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기장군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설계가 마무리되면 장비 복구 등을 서둘러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재개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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