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계승에 평생을 바친 경남 여성 8명의 삶을 담은 책 <여성의 삶으로부터, 전통을 잇다>에 실린 삽화.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제공
전통문화 계승에 수십년을 헌신한 경남 여성 8명의 삶을 담은 책 <여성의 삶으로부터, 전통을 잇다>가 나왔다.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은 7일 “경남여성의 삶을 기록하고 재조명하는 ‘경남여성 생애구술사’ 첫 책으로 <여성의 삶으로부터, 전통을 잇다>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책에서는 이옥수(88) 거창삼베길쌈 예능보유자, 김옥연(80) 통영오광대 명예 예능보유자, 조순자(79) 가곡 예능보유자, 배순화(77) 매듭장 보유자, 김태연(75) 진주검무 예능보유자, 강옥선(71) 고성농요 전승교육사, 황둘선(62) 사천마도갈방아소리 전승교육사, 최선희(62) 밀양백중놀이 전승교육사 등 8명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재단은 경남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예술 분야에서 20년 이상 헌신한 60대 이상 여성으로서, 국가 또는 경남도 무형문화재 보유자 또는 전승교육사를 대상자로 선정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이정희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전통 문화예술 분야 여성을 책 주제로 정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 <서편제>였다. 하지만 이들을 만나서 들은 삶의 이야기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딸에게 남도 소리를 전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서편제>의 아버지는 영화 속 인물일 뿐이었다. 여성을 집안의 일원으로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던 시대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문화를 딸에게 도제식으로 훈련시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고 덧붙였다.
책에 실린 여성 대부분은 우연히 또는 운명적으로 배운 전통 문화예술을 오랜 기간 연마하면서, 전통 문화예술은 무형문화재가 됐고, 그들은 공로를 인정받아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됐다. 8명 가운데 어릴 때부터 전통문화를 체계적으로 배운 이는 조순자 가곡 예능보유자뿐이다.
이옥수씨는 여자라면 당연히 삼베길쌈을 해야 하는 경남 거창 시골마을에서 태어났고, 70년 넘게 하다 보니 거창삼베길쌈 예능보유자가 됐다. 강옥선씨는 결혼해서 남편 고향마을에서 살았는데 고성농요가 계승되는 마을이어서 주민들과 함께 노래를 배우고 부르다 보니 고성농요 전승교육사가 된 경우다. 김태연씨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국악학교에서 춤과 악기를 배우다가 진주검무 예능보유자가 됐고, 황둘선씨는 우연히 찾아갔던 여성 농악단에서 무용·판소리·민요까지 배우면서 사천마도갈방아소리 전승교육사가 됐다. 최선희씨는 부녀소방대에서 오북 강연을 접하면서 북의 매력에 빠져 밀양백중놀이 전승교육사의 길을 걸었고, 배순화씨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물점에서 배운 기술을 더 발전시켜 매듭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김옥연씨는 먹고사는 일의 괴로움을 해소하려고 춤을 배우러 갔다가 통영오광대 명예 예능보유자가 된 경우다.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은 “2021년 ‘경남여성사 발간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경남여성 생애구술사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옛 마산과 흥망성쇠를 함께 한 여성노동자 등 한일합섬 관련 여성들을 발굴해서 책으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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