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난 3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맞은편. 4층 건물 높이의 보행 육교 ‘금빛노을브릿지’ 승강장 앞에 육교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육교에 오르자, 구포역 철길과 화명생태공원,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쩡허니 육교 잘 맹글어놓고, 1년 가까이 (이 승강기를) 이용도 못 하게 한다 아이가. 머 할라꼬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몇해 전 발병한 뇌졸중으로 불편해진 왼쪽 다리 재활을 위해 하루 두차례 집에서 화명생태공원까지 걷기 운동을 하는 박아무개(75·북구 화명동)씨가 투덜거렸다. 그의 말대로 육교 통로 가운데쯤에 있는 승강기에는 ‘운행 중단’ 안내글과 진입을 막는 테이프가 설치돼 있었다. 근처에 있던 김아무개(67)씨는 “구포역 쪽으로 가는 사람이 이용하면 딱 맞는데, 이 승강기 아래쪽에는 차도밖에 없다. 준공하고 지금까지 이 모양인데, 구청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금빛노을브릿지는 차도로 단절된 화명생태공원과 구포시장을 이어주는 길이 383m, 너비 3m, 승강기 3대를 갖춘 보행 전용 육교다. 주민의 생활 편의와 구포 상권 부활, 서부산 대표 명소 정착 등을 목표로 부산시와 북구가 187억원을 들여 지난해 5월 준공했다.

문제는 준공하자마자 터졌다. 지면에서 육교 위를 오르내리는 승강기 3대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이 정도밖에 못 하냐”며 민원을 여러차례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공사를 맡은 부산시 건설본부가 육교 준공 뒤 시설물을 북구로 이관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기관 사이에 시설물 개선과 유지·관리 대책, 연결로 마련 등을 놓고 이견이 불거졌다.

시설물 이관은 결국 준공 뒤 두달이 지난 작년 7월에 마무리됐다. 그제야 시민들은 육교 양 끝에 설치된 승강기 2대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 전에는 4층 높이의 계단을 통해서만 육교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도 육교 가운데 있는 승강기는 연결 보행로가 만들어지지 않아 운행 정지 상태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최근 “시 건설본부와 북구가 승강기 연결 보행로 설치 협의 없이 사업을 진행한 결과”라며 두 기관에 ‘조성사업 부적정’ 주의·통보 처분을 내렸다. 승강기 연결로 설치와 위험시설 개선도 주문했다.

승강기 연결로 설치 공사는 올해 들어서야 시작됐다. 북구가 1억4천여만원을 투입해 인도와 연결되는 길이 57m, 너비 2m짜리 통행로와 차로의 횡단보도를 만드는 중이다. 북구 건설과 관계자는 “주민 의견 수렴, 현장 검토를 거쳐 승강기 연결로 공사와 안전시설 설치 등 공사에 들어갔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공사를 마무리해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충분한 사전 검토와 면밀한 계획 없이 사업이 추진된 탓에 반쪽짜리 육교가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사업 구상 단계부터 면밀한 계획을 세우게 하고, 기관끼리 행정 절차를 공유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