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마약사범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폭행했다는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 5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이상오)는 31일 직권을 남용해 태국인 ㄱ을 체포하고, 체포 과정에서 ㄱ을 폭행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직권남용, 독직폭행,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경찰공무원인 피고인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ㄱ은 국내에 불법체류 중으로 피고인들이 출입국관리법위반죄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적법하다. 오히려 마약사범으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불법체류자의 소재지를 알고도 방치하는 행위가 경찰관으로서 직무유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경찰공무원은 일반 국민을 위해 범죄 현장 일선에서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감수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경찰공무원의 처벌은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판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ㄱ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당시 피고인들은 ㄱ의 공범들과 대치 중인 급박한 상황으로 ㄱ을 제압한 즉시 통역인에게 전화를 걸어 ㄱ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보인다. 공범들을 모두 제압한 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할 때까지 불과 10분 내외로 체포 뒤 지체없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체포 중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경찰의 폭행으로 ㄱ이 상해를 입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당시 마약을 투여한 ㄱ과 공범들은 어떠한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구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마약사범이나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수사도 헌법과 법령에 따른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경찰관들의 위법한 물리력 행사를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구지검은 대구 강북경찰서 형사과 경찰관 5명를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은 ㄱ에 대해 마약류 판매 및 불법체류 혐의로 검찰에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뒤, 경남 김해시 한 호텔 복도에서 ㄱ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폭행했다는 등 혐의를 받는다. 당시 대구경찰청은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했고, 최소한의 물리력을 행사했을 뿐 폭행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