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전경. 부산시 제공
‘부산 도심의 허파’로 불리는 황령산에 전망대와 케이블카 설치 등 유원지 개발계획이 본격화됐다.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에 즉각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021년 8월 대원플러스그룹과 황령산 유원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업무협약 체결했다. 산꼭대기에 25층 높이(70m)의 전망대를 세우고 복합문화전시홀, 봉수박물관 등 관광문화 시설도 짓는다는 내용이다. 또 부산진구 전포동과 전망대를 잇는 539m 길이의 로프웨이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당시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거센 반발이 있었다. 지역 시민단체 54곳은 업무협약 파기를 촉구하며 “황령산을 비롯한 전체 도시공원의 97% 사수를 천명했던 부산시가 (2021년) 4·7보궐선거에서 시장이 바뀌었다고 전면 개발에 나선 것이 특정 업체의 이익 추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하는 행정”이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도 부산시는 지난해 9월 도시계획위원회에 도시관리계획(황령산 유원지 조성계획) 결정 변경안을 제출했다. 같은해 11월 도시계획위원회가 ‘사업보완’을 주문하며 재심의 결정을 내리자 한 달여 뒤인 지난달 12월 도시계획위원회에 변경 결정안을 냈다.
케이블카 진입도로 안정성 확보, 환경훼손 최소화 방안 강구, 공공기여 방안 협의, 전망대 안전 관련 검토 등 조건부로 결국 변경 결정안이 통과했다. 앞으로는 교통·환경·재해 영향평가, 건축경관심의위원회, 건축위원회, 공원위원회 등 절차가 남아 있다. 대원플러스그룹은 내년 말 착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서부산~서면~광안리~동부산으로 이어지는 동서관광 축 강화’ ‘부산의 랜드마크 건립’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 등을 내세우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각종 영향평가 과정에서 공론화해 시민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단체들이 부산시에 황령산 유원지 조성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동 기자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와 민간사업자가 황령산의 생태 환경적 기능과 가치를 무시하고 개발을 통한 이윤 추구에만 나서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도한영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운영위원장은 “유원지는 철저하게 민간사업자 이익을 위한 공간이다. 황령산을 유원지로 개발하는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개발계획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남구와 연제구, 수영구, 부산진구 등 4개 기초단체에 걸쳐 있는 황령산(해발 427.6m)은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덕분에 부산 시민의 쉼터이자 부산의 허파로 불린다. 산꼭대기에서는 부산 도심 전경이 모두 보여 경치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 시대 세종 7년(1425년)에는 왜구의 침입을 알리기 위한 봉수대가 설치됐다.
황령산 개발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1984년 부산시가 황령산 유원지 개발계획을 세운 뒤 1997년 한 민간사업자가 온천센터 등 개발을 추진했다가 시민단체 반발에 사업계획을 백지화했다. 2004년 부산시는 황령산 전망 타워를 세우려다가 무산됐고, 2007년 민간사업자가 황령산 남구 대연동 쪽 터에 스키돔 등 스노우캐슬을 지어 운영하다 1년 뒤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2012년에는 부산시가 케이블카 건설 등 관광개발계획을 발표했지만, 시민단체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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