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가 국외보다 비싼 점을 이용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1조원대 외화를 불법 송금한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전 지점장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영숙 대구지법 형사8단독 판사는 11일 거액의 불법 외화 거래에 개입한 혐의(외국환거래법 등 위반)로 기소된 우리은행 전 지점장 ㄱ(53)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과 추징금 각각 2500만원씩을 선고했다. 또 유령 법인을 설립해 불법 외화 송금을 주도한 혐의(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는 중국계 한국인 ㄴ씨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14억4200만원, ㄷ씨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8억1700만원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ㄹ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ㅁ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은 실물 거래 없이 국내의 막대한 외화를 국외로 유출해 사안이 중대하다. ㄱ씨는 지점장으로서 지점 업무를 총괄하고 직원들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도 은행 시스템의 의심 거래 알림을 무시하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ㄴ씨 등은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국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국외 공범과 모의해 시세차익을 챙겼다.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6월 중국 내 공범이 보내온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한 뒤 유령 법인을 통해 수입 대금인 것처럼 꾸몄다. 이런 방법으로 마련한 1조원대 외화를 중국, 홍콩 등지에 개설된 은행계좌로 불법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허위 서류를 꾸며 외화를 국외로 송금해주는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 2500만원을 받고, 은행에 검찰 계좌추적 영장이 들어온 사실을 공범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았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