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매리취수원 위치도.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누리집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낙동강에 8개 보가 건설된 뒤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9일 보도자료를 내어 “부산시 상수원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낙동강 물금·매리취수원의 수질이 낙동강 8개 보 건설 전보다 대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매리취수장은 낙동강 8개 보의 마지막인 창녕함안보로부터 46㎞, 물금취수장은 창녕함안보로부터 49㎞ 아래에 있다. 두 곳에서 취수한 원수는 덕산·화명정수장으로 보내져 정수된 뒤 수돗물로 부산에 공급된다.
비교 대상은 법정 검사항목 39개 가운데 20년 동안 불검출된 중금속 등 21개와 낙동강 8개 보 건설 이후인 2013년과 2021년 신설돼 비교 대상 자료가 없는 총유기탄소(TOC)·크롬 등 7개를 뺀 11개다. 낙동강 8개 보 건설기간인 2010~2012년을 뺀 2001~2009년과 2013~2021년의 각 9년치 평균을 비교했다고 부산시는 설명했다.
부산시는 11개 항목 가운데 9개 항목이 보 건설 뒤 개선됐다고 밝혔다. 수소이온농도(pH. 물속에서 산성·알칼리성의 세기 정도)의 경우 물금취수장은 8.4에서 8.1로, 매리취수장은 8.4에서 8.2로 낮아졌다. 용존산소(DO.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 조류가 많으면 증가)의 경우 물금취수장은 10.5에서 10.1로, 매리취수장은 10.5에서 10.2로 낮아졌다.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생물분해가 가능한 유기물질의 농도)의 경우 물금취수장은 2.6에서 1.9로, 매리취수장은 10.5에서 10.2로 낮아졌다. 부유물질(SS. 물에 용해되지 않는 유·무기물질)의 경우 물금취수장은 26.9에서 기준치(25이하) 이하인 10.5로, 매리취수장은 25에서 10.5로 낮아졌다. 녹조 발생 관여물질인 암모니아성질소(분뇨 등에서 배출)·질산성질소(공장폐수 등에서 배출)·클로로필 에이(a)(부영양화 지표)·총인(농·축산폐수 등에서 배출)도 보 건설 뒤 감소했다. 다만 사람과 동물의 분변 등에서 배출되는 총대장균군과 분원성대장균군의 경우 물금취수장은 각각 591에서 4425(7.5배), 17에서 90(5.3배)으로, 매리취수장은 각각 521에서 4493(8.6배), 11에서 94(8.5배)로 높아졌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발표한 법정 검사항목 11개.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이런 결과에 대해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9개 항목의 수질 개선은 8개 보 건설 뒤 수량·체류시간이 증가해 자정작용 효과가 발생했고 강바닥 준설과 하천변 비점오염원 제거·정리, 하·폐수 고도처리시설 설치사업 등 4대강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로 판단한다. 총대장균군과 분원성대장균군 수치가 증가한 것은 보 건설 때 하천을 준설하면서 발생하는 퇴적토 유입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김용순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장은 “낙동강 남조류 현상 등은 평년보다 적은 강우량과 높은 기온 상승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20년 동안을 기준으로 하면 수질이 깨끗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발표에 대해 4대강 보 철거를 주장해 온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30여개 환경단체로 꾸려진 부산환경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어 “낙동강은 8개 보가 설치된 뒤 호소(늪과 호수)화가 됐다. 호소화된 강의 수질 감시항목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인 총유기탄소와 대표적인 수질지표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 검사 결과를 누락시킨 것은 4대강 보 효과를 높이기 위한 의도적 자료발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금·매리취수장 수질의 일부 개선은 환경기초시설 증설과 비점오염원 관리강화 등 많은 예산을 퍼붓고 중·상류 보에서 오염원을 침전시켜서 나타난 착시효과이지 낙동강의 수질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2019년 3월14일 부산시가 물금취수원 이전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낙동강유역통합물관리위원회 분과회의에 제출한 자료.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2002년 5.8에서 2017년 6.2로 높아졌다. 이후 2018년 6.0, 2019년과 2020년 각 5.6을 기록했다고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밝혔다.
이준경 생물그물 정책실장은 “보로 인해 수질개선과 자정작용 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낙동강을 하수처리장으로 바라보는 4대강 찬성론자의 가장 무지한 논리다”고 말했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난해 낙동강에 독성물질인 남조류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는데 수질이 개선됐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과)는 “낙동강 하류의 조류 감소는 낙동강 중·상류에 8개 보가 생겨 질소와 인의 섭취가 중·상류에서 활발히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클로로필 에이 농도 저감은 보 때문에 체류시간이 길어져 조류가 중·상류로 이동하면서 일어나고 있다. 하류에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과 부유물질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보 때문에 체류시간이 크게 늘어나 유·무기질이 중·상류 퇴적층에 침전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들은 하천이 호소 환경으로 변하면서 나타나는 수질 특성인 것이지 수질 개선이라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가 2019년 3월14일 열린 낙동강유역통합물관리위원회 분과회의에 제출한 자료와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2020년까지 조사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연평균 수치를 보면, 2002~2009년 5.1~7.1이었고 2013~2020년 5.6~6.4였다. 환경부는 2021년부터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을 조사하지 않고 조사범위가 좀 더 넓고 세밀한 총유기탄소를 조사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