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단체들이 부산시에 황령산 유원지 조성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동 기자
부산 황령산 유원지 조성 계획이 본격화되자, 시민단체들이 부산시에 즉각 개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환경회의 등 시민단체는 3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령산은 민간사업자의 이윤추구를 위한 산이 아니다. 부산시는 개발계획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도심 가운데 있는 황령산은 시민의 휴식공간이다. 생태 환경적 기능과 가치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조선 시대 봉수대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부산시와 개발업체는 이를 무시하고 개발을 통한 이윤추구에만 나서고 있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어 “황령산은 시민과 함께 공존하는 산이며, 앞으로 우리 미래세대의 산이기도 하다. 일방적인 개발계획에 찬성할 수 없다. 개발의 정당성과 적합성에 관한 자료를 공개적으로 밝힌 뒤 시민과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한영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운영위원장은 “유원지는 철저하게 민간사업자 이익을 위한 공간이다. 황령산을 유원지로 개발하는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황령산 유원지 개발계획을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해 8월 민간사업자인 대원플러스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황령산 봉수전망대 재생사업 추진으로 동서관광 축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냈다. 산꼭대기에 25층 높이(70m) 전망대를 설치하는 등 유원지로 개발하고, 부산진구 서면을 잇는 539m 길이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달 28일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해마다 영업이익 최소 3% 이상을 공공 기여하는 방안을 시와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긴 ‘황령산 유원지 및 유원지 조성계획 변경 결정안’이 통과됐다. 앞으로 공원위원회, 교통·환경·재해 영향 평가, 건축위원회, 건축경관심의위원회 등 절차가 남았다. 대원플러스그룹은 내년 말 착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황령산은 숲이 울창해 ‘부산 도심의 허파’로 불린다. 남구·연제구·수영구·부산진구에 걸쳐 있어 부산의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오는 명소다. 산꼭대기에는 조선 시대 세종 7년(1425년) 왜구 침입을 알리기 위해 설치한 봉수대가 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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