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2022년 마지막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일부 진보 성향 단체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보수 성향 단체 예산은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시의회 예산 편성 및 심의가 이념 성향에 따라 균형을 잃었다는 뒷말이 나온다.
지난 8일 부산시의회를 통과한 ‘2023년 부산시 본예산’을 보면, 부산교육연구소의 희망학교 지원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올해 4천만원이 책정된 이 사업 예산은 부산시가 부산시의회에 제출할 때 800만원 삭감한 데 이어 부산시의회가 나머지 전액을 모두 깎았다. 이 사업은 부산교육연구소가 2006년부터 조선족·고려인·재일동포 초등학교 5~6학년 50여명을 부산에 초청해 한국 초등학생들과 합숙시키며 일제강점기 국외로 강제 이주한 한인 역사를 가르치는 사업이다.
영호남 민족예술 대동제 사업 예산도 2억2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진보 성향을 띠는 부산민예총 주관 사업으로 2020년부터 영호남 예술인들의 화합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부산시가 5천만원 적게 편성한 데 이어 부산시의회가 심의 과정에서 추가로 5천만원을 삭감했다.
일부 보수 성향 단체 예산은 크게 증액됐다. 가장 큰 수혜 단체는 부산시새마을회다. ‘부산시 새마을회 활성화’ 명목으로 지원금이 올해 8천만원에서 내년 2억3770만원으로 3배 증액됐다. 여기에다 신규 사업(‘지구촌 새마을운동 고위급 회의’)에 6억원이 배정됐다. 부산시새마을회에 들어가는 예산이 8천만원에서 8억여원으로 훌쩍 뛴 셈이다.
보수단체 예산 증액은 부산시의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가 앞장섰다. 소위원회는 회의록이 남지 않는 터라 ‘예산 심의의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불투명성이 심한 회의체다. 한 예로 부산시 16개 구·군 한국자유총연맹 지원비는 부산시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올해 예산(2억2400만원)에서 15% 깎아 편성했으나 소위원회는 부산시 예산안보다 6560만원을 증액했다. 이에 따라 이 단체 지원금은 외려 올해보다 3200만원 늘었다. ‘16개 구·군 바르게살기운동지회 지원비’도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1920만원에서 2억5600만원으로 13배 증액됐다. 부산시가 애초 올해 예산보다 3배(5760만원) 증액 편성한 데 이어 소위원회가 추가로 올려 잡은 것이다.
물론 부산시가 올려 잡거나 깎은 보수단체 지원 예산을 부산시의회가 삭감한 경우도 없지는 않다. 부산시는 재향군인회 지원비를 올해 8500만원에서 3천만원 증액 편성했으나 부산시의회는 여기서 1500만원 삭감했다. 부산민예총 운영비(올해 6550만원)는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각각 1550만원, 1천만원을 삭감했으며, 부산예총 운영비(올해 5250만원)는 그대로 유지됐다.
윤일현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한겨레>에 “보수 성향 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시장 때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일부 의원들이 보수 성향 단체의 요청을 받아 예산 증액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진영논리를 예산 배정 원칙에 넣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논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소위원회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뒤집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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