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지부와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원회가 14일 부산경찰청 맞은편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남편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여자 수사관이 있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등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이아무개(48·경남 창원시)씨의 대리인인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지부, 정권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원회는 14일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압수수색 대상자가 아닌 배우자가 국가 공권력에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에 제출한 진정서를 보면, 지난달 9일 아침 8시30분께 국가정보원·경찰청 수사관 20여명이 이씨의 경남 창원시 아파트에 도착했다. 수사관 가운데 1명이 초인종을 몇차례 눌렀고 잠옷 차림의 이씨가 “누구냐”고 묻자 “아파트 관리실”이라고 했다. 놀란 이씨가 문을 열자 수사관 10여명이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수사관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이씨 남편의 압수수색영장을 받았다며 집안을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했다. 남자 수사관이 압수수색이 끝나지 않았다며 제지했다. 이씨가 압수수색이 끝난 현관 앞 화장실로 들어가자 여자 수사관이 따라 들어왔다. 이씨는 “여자 수사관이 변기와 직각으로 놓인 벽 쪽으로 몸을 돌린 상태에서 용변을 봤다”고 주장했다.
현관 앞 화장실에서 나온 이씨는 샤워를 하기 위해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했다. 이번에도 남자 수사관이 안방 화장실 수색이 끝나지 않았다며 제지했다. 이씨가 압수수색이 끝난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하자 여자 수사관이 안방 화장실 문을 닫지 말고 일부 열어둔 상태에서 씻으라고 했다. 이씨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일부 열어둔 상태에서 샤워를 했다.
이어 이씨는 잠옷을 외출복으로 갈아입으려고 했다. 안방 화장실 문을 열고 샤워하라고 강요했던 여자 수사관이 이씨의 외출복을 검사했다. 여자 수사관은 “지정한 장소에서 문을 닫지 말고 일부 열어둔 상태에서 갈아입으라”고 지시했다. 이씨는 안방에 딸린 공간(알파룸)에서 문을 일부 연 채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씨는 낮 12시30분께, 이씨 남편은 오후 4시30분께 집을 나왔다. 압수수색은 이날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이씨 부부는 밖에서 잠을 잔 뒤 다음날 집에 들어갔다.
이씨는 진정서에서 “여자 수사관이 직접 용변 장면을 보지는 않았다고는 하나 용변을 보는 장소에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켰다. 남자가 대다수인 수사관들이 주거지를 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문을 열고 알몸으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게 강요해 극도의 성적 수치심과 공포를 느꼈다”고 주장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지부의 장철순 변호사는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은 진정인이 아닌 진정인 배우자 앞으로 발부된 것이고 수색 범위도 배우자의 신체·주거·차량·사무실로 한정됐는데 여성인 진정인의 용변·샤워·환복을 감시했다. 이는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영장주의를 명백히 위반한 행위이며 헌법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인격권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다”라고 말했다. 경찰청 수사팀 관계자는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압수수색을 한 것은 맞지만 진정인이 주장하는 내용이 맞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지금은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9일 국가정보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남 4명, 서울 1명, 제주 1명 등 통일운동 활동가 6명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2018년 경남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북한선수단 응원활동과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캠페인, 친일 적폐청산 집회 등을 북한의 지령과 배후조종으로 진행한 혐의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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