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열리는 ‘수성 빛 예술제’ 모습. 대구 수성구 제공
“수성못이 농어촌공사 소유였다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통령실을 찾아 ‘수성못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최근 공언한 뒤 수성못을 둘러싼 한국농어촌공사와 대구시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대구시·수성구는 ‘농업용수 공급이라는 본연의 기능이 사라진지 오래인 만큼 농어촌공사가 수성못을 대구시·수성구에 무상 양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사 쪽은 ‘수성못을 가져가고 싶으면 제값을 치러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면적 21만8000㎡, 둘레 2020m 규모인 수성못은 일제강점기인 1927년 만들어졌다. 농업용수 공급용으로 조성된 인공 연못인데, 해방 뒤 국가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2000년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권을 승계했다. 문제의 발단은 농업용수 공급이라는 수성못의 기능이 일찌감치 사라진 데 있다. 논·밭이 대부분이었던 수성못 주변은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1980년대 유원지로 탈바꿈했고, 오늘날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소유권 갈등이 표면화된 건 2018년 공사 쪽이 대구시와 관할 기초단체인 수성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다. 공사 쪽은 대구시와 수성구가 허락 없이 수성못 일대를 사용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로 인한 수익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대구시와 수성구는 “공사 쪽이 지금까지 도로 등 기반시설 개발 사실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만큼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맞섰지만 법원은 공사 쪽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9월 대구지법은 대구시와 수성구가 공사 쪽에 각각 11억300여만원과 1억2200여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재 이 소송은 2심 진행 중이다.
이후 대구시와 수성구는 전열을 재정비하며 공사 쪽에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방아쇠를 당긴 건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홍 시장은 지난 8월 대구시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수성못 소유권의 무상 양여를 건의했다. 지난 9월에는 수성구가 공사에 재산세와 지방교육세 9억원 부과 방침을 통보했다. 지금까지는 수성못을 ‘공공 용도 재산’으로 보고 과세하지 않았지만, 법원이 땅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판단한 만큼 수성못을 더이상 공유지로 보기 힘들어 과세 대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한달 뒤 국민의힘 이인선(대구 수성구을) 의원은 용도가 사라진 공사 재산의 지자체 양도를 가능케 하는 법률(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대구시를 거들었다. 홍 시장은 지난 5일 다시 “체납하면 (공사) 사장실 압류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손영기 대구시 경제국 친환경농업팀장은 “수성못은 시민의 노력과 봉사로 조성됐다. 농업용수 공급 기능이 사라진 지금은 당연히 대구시민에게 줘야 할 자산이다. 수성못 일대 유지·관리는 이미 지자체가 맡고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니냐”고 했다.
공사 쪽은 대구시가 돈을 주고 맹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사 달성지사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무상 양여는 농업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행법과도 배치된다”며 “공사는 전국 3600곳 저수지 관리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전국 농업기반시설을 유지 관리한다. 무상 양여 선례를 만들면 전국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 재원이 부족해질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수성못 갈등은 대구 달서구의 도원저수지로 불똥이 튈 조짐이다. 이 저수지도 농어촌공사 소유인데 달서구가 수성못 사례를 참고해 최근 5년치 재산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서보영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달서구는 공사에 임차료를 내면서도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최근 수성못 사례를 보고, 도원저수지에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예산안 심의 때 지적했다. 대구시·수성구 등과 공동대응도 주문했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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