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김승미 대구의료원장이 대구시청 동인동청사에서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 및 내부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대구의료원이 병상 기준 전문의가 비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공공의료원으로 거듭난다. 또 감염병 위기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격리병상도 현재보다 열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경남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에선 공공의료원을 대폭 확충하는 모양새다.
대구의료원이 7일 발표한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 및 내부 혁신 방안’을 보면, 대구의료원은 2024년까지 전문의를 현재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68명까지 늘린다. 충원이 완료되면 ‘100병상당 전문의 수’는 현재 6.8명에서 15명으로 훌쩍 뛴다. 2026년 통합외래진료센터가 완공돼 병상이 465개에서 620개로 늘면 100병상당 전문의 수는 10.9명이 된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병상당 전문의가 가장 많은 부산의료원(10명) 수준과 엇비슷해지는 셈이다. 전문의 충원 분야는 내과·신경외과·정형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진료과목이다.
전문의 충원은 경북대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대구시와 경북대병원은 지난 7월 ‘필수의료 진료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충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대구의료원은 기존 의료진의 임금 등 처우를 대학병원에서 오는 전문의(파견 전문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김승미 대구의료원장은 “경북대병원 외에도 다른 대학병원이나 다른 대학 출신 의료진도 영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감염병 위기 대응 강화를 위해 격리병상도 2026년까지 214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 격리병상 수는 27개에 그친다. 평소에는 일반병동으로 사용하고 감염병 위기 때 격리병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환형 격리병동’ 구축을 통해서다. 대구의료원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 때 병원 전체를 비워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의료원을 이용해야 하는 취약계층들이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이외에 대구의료원은 뇌혈관센터 신설과 함께 야간과 휴일에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지정도 추진한다. 대구시는 전체 예산 1830억원을 투입한다.
이번 대책은 홍준표 시장이 취임한 뒤,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제2대구의료원 설립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의료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 의료 대란을 경험했던 대구에선 공공의료기관 확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바 있다.
이정현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대표는 “큰 틀에서 필수의료인력을 충원하고, 전환형 격리병동을 추진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방안”이라며 “제2의료원 설립도 다시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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