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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입법’ 논란 불거진 부산시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 논란

등록 2022-12-07 18:51수정 2022-12-07 21:27

지난 7월 9대 부산시의회 개원식에서 시의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지난 7월 9대 부산시의회 개원식에서 시의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가 부산시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구조조정 찬성 조례를 발의한 뒤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로선 정책 추진 동력이 한층 높아진 셈이지만 시민단체에선 부산시의회가 견제와 감시 구실을 포기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의회에 ‘부산시 공공기관 통·폐합 및 기능 조정을 위한 일괄 개정 조례안’이 발의된 건 지난달 28일이다. 김형철·배영숙·성창용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 안에 이승우·김태효·송상조·박종율·박종철·강철호·서국보·이준호·황석칠·김광명 의원이 찬성했다. 공공기관을 통·폐합하기 위해선 관련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부산시의회가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조례 발의에 참여하거나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모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다.

지난 1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경위원회에 상정됐다. 오는 9일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의결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기획재경위 위원 8명 중 7명이 조례안 발의에 참여했거나 찬성 의사를 이미 밝혔기 때문이다. 9일 상임위를 통과하면 오는 13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당이 집행부인 부산시를 거들고 나선 건 이례적이지 않지만 이번 경우는 과도한 행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다. 부산참여연대는 5일 논평을 내어 “의견을 수렴하는 입법 예고 기간을 단축하려는 부산시의 꼼수에 부산시의회가 맞장구를 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원들이 조례안을 발의하면 자치단체가 조례안을 발의할 때보다 입법예고 기간이 크게 줄어드는 제도적 특성을 활용하려 부산시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에게 조례안 발의를 청탁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의원 발의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5일, 자치단체 발의안은 입법예고 기간이 20일이다. ‘청부입법’은 중앙정부와 국회에서도 종종 관찰되는 편법으로, 민주정치의 기본 원리인 입법 기관과 정부 간 견제와 균형 관계를 허무는 정치 행위로 간주된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부산시가 조례를 발의하면 올해 안에 조례가 통과되기 어려워지자 부산시의회에 조례 발의를 청탁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의회는 부산시의 조례 대리 발의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지금이라도 조례를 철회하고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 쪽은 “대구와 울산도 같은 방법으로 조례가 발의됐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부산시의회가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부산시에) 협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8월 스포원과 부산시설공단, 부산영어방송과 부산국제교류재단, 부산여성가족개발원과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부산디자인진흥원 통합 등을 뼈대로 하는 공공기관 구조조정 추진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협의 과정에서 통합 대상인 부산여성가족개발원과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의 이름을 부산여성가족인재원에서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원’으로 변경하는 등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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