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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빵 굽고, 어르신은 손님 맞이…사람 냄새 구수한 빵집

등록 2022-12-07 07:00수정 2022-12-07 15:11

청년 5명과 평균 70살 15명이 지난달 창업
첫 달 매출 1350만원…“사상구 대표 카페로”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동백베이커리 2층에서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곳에선 신간 도서도 판매한다. 김광수 기자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동백베이커리 2층에서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곳에선 신간 도서도 판매한다. 김광수 기자

“집에만 있으믄 나태해집니더. 그란데 여만 오면 없던 힘도 막 생긴다 아입니꺼.”

지난 2일 부산 사상구 모라동 ‘동백베이커리’에서 만난 도아무개(65)씨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동백베이커리는 지난달 4일 문을 연 카페다. 1층에선 갓 구운 빵을 만들어 커피와 함께 판매하고, 2층엔 빵과 커피를 마시며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여느 카페와 비슷한 풍경이지만 특이점이 있다. 동백베이커리는 60~70대와 20~30대가 함께 일을 한다.

도씨는 어린이집 원장을 하다 은퇴했다. 인생 2모작을 꿈꾸며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지만 일할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가 동백베이커리를 알게 됐다. “아직은 마이 서툴지예. 그래도 바리스타 경험 쌓는 데는 요만한 일터가 없다 아입니까. 무엇보다 그냥 재밌심더.”

동백베이커리는 예비사회적기업인 서양다과제작소가 아이디어를 냈다. 여러차례 공모사업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탈락해온 이들에게 부산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손을 내밀었다. 그 덕에 시중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5년 거치에 매달 이자 25만원(연이율 3%)을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김성현(27) 서양다과제작소 대표는 “부산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보증을 서지 않았다면 시중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서양다과제작소의 파트너는 사상구의 노인 일자리 지원 기관인 부산사상시니어클럽이다. 사상구의 구직 희망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온 이 기관은 ‘세대 융합형 카페’를 만들자는 서양다과제작소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동백베이커리 1층에선 빵과 커피를 만들어서 판매한다. 청년들은 빵과 커피를 만들고 60대 이상은 주방 일과 계산·서빙을 한다. 김광수 기자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동백베이커리 1층에선 빵과 커피를 만들어서 판매한다. 청년들은 빵과 커피를 만들고 60대 이상은 주방 일과 계산·서빙을 한다. 김광수 기자

본격적인 개점 준비는 지난 6월에 시작했다. 오랫동안 문 닫았던 유치원(부지 733㎡)을 월세 25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빌렸다. 교육시설을 상업시설로 용도 변경했고, 바닥공사·페인트칠 등은 직접 했다. 수익분배·근무 방식도 정했다. 부산사상시니어클럽이 월 25만원을 부담하고 매출액의 30%를 가져간다. 영업은 날마다 오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는데 60살 이상은 밤 10시까지만 일하고 이후 시간은 청년들이 맡는다. 청년들은 1층에서 빵과 커피를 만들고 노인들은 주방 일과 계산·서빙을 한다.

전체 직원은 20명이다. 정규직인 20~30대가 5명, 비정규직인 60~70대는 15명이다. 정규직은 10~12시간씩 번갈아 근무하고 비정규직은 주 두세차례 하루 3시간씩 월 30시간을 근무한다. 60~70대 비정규직은 근무 시간이 짧아 급여가 27만원 수준이다. 황석중 부산사상시니어클럽 관장은 “가능하면 많은 분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하다 보니 임금이 적다. 이익금은 재료비와 인건비로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에 매출이 늘면 근무 시간과 임금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동백베이커리 1층 마당은 캠핑장처럼 꾸며졌다. 부산시 제공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동백베이커리 1층 마당은 캠핑장처럼 꾸며졌다. 부산시 제공

주민들의 호응도 좋다. 지난 2일 카페를 찾은 주부 김아무개(39)씨는 “빈 유치원 때문에 썰렁했는데 카페가 들어서면서 동네에 활력이 돈다. 커피 마실 수 있는 곳이 가까워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김아무개(38)씨는 “캠핑장 같은 1층 마당이 인상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홍보한다면 더 많이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첫달 매출액은 1350만원. 김 대표는 “홍보가 미흡한 것을 고려하면 그럭저럭 선전한 게 맞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모라동의 스토리가 있는 빵과 음료를 개발해 사상구를 대표하는 카페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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