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해양쓰레기 수거용 액화천연가스·수소 하이브리드 선박 개념도.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 제공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 민간기관이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과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지금까지 해양쓰레기는 전문업체가 특수선박이나 설비를 사용해 거둬들인 뒤 육상으로 옮겨 와 재활용·소각·매립해왔다. 이 사업의 뼈대는 배 위에서 해양쓰레기 수거와 처리를 한꺼번에 하는 특수선박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에서 나왔다.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다부처 공동사업에 선정되면서 2026년까지 국비 278억원, 부산시·울산시·경남도비 100억~130억원, 민간기관 90억원 등 500여억원의 사업비를 투자받기로 했다. 기술 개발에는 삼성중공업 등 20여곳이 참여한다. 지난 4월부터 선박 개념설계를 포함해 기능별 모듈 핵심 기술 개발과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상용화 시기는 2027년으로 잡고 있다. 그 전에 친환경 에너지 기술, 친환경 처리 기술, 해양쓰레기 동결 시스템 개발, 극저온 해양쓰레기 선상 처리 모듈 제작 등을 마쳐야 한다.
해양쓰레기를 해상에서 처리하는 특수선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환경단체 ‘플라스틱 오디세이’는 길이 39m, 너비 9.4m 선박에 해양쓰레기 파쇄·세척·압출성형·열분해 설비 등을 싣고 2020년부터 운항하고 있다. 이 배는 거둬들인 플라스틱 폐기물을 선박용 디젤로 만든다. 부산대 연구팀이 추진 중인 특수선박은 폐기물에서 뽑아낸 수소를 액화천연가스(LNG)와 함께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혼합) 선박이다.
해양쓰레기 수거·처리용 선박 개념도.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 제공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기술은 영하 163도의 냉열을 이용해 해양쓰레기를 얼려서 분쇄하는 기술이다.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는 “액화천연가스를 선박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선 다시 가스로 전환(기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회수해 해양쓰레기를 얼려 지름 5㎜ 크기로 분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알갱이 형태로 부순 해양쓰레기는 염분 등 유해성분을 제거하고 다시 건조·압축한 뒤 육지로 보내 재활용하는데, 분쇄된 쓰레기의 일부는 열분해를 통해 수소를 추출하고 선박에 실은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해 선박 운항에 쓰이게 된다.
이제명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장(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은 “해양쓰레기를 배 위에서 수거·처리해서 수소를 만들면 해상과 육상을 오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육상 처리에서 생기는 매립·소각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가 있다”며 “친환경 선박 시장 규모가 2030년 4조9천억원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세계 최초 해양쓰레기 동시 수거·처리를 통한 수소 생산 특수선박이 상용화되면, 부산·울산·경남에 3만3천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마다 국내 연안에 유입되는 해양쓰레기는 14만5천톤 정도인데, 이 중 절반 정도만 수거되고 있으며 수거된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연간 530억원 정도가 든다. 지난 3월2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5차 유엔환경총회에선 175개국 정부 대표가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2024년까지 만들기로 합의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