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구시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상인들이 경매를 마친 뒤 임시 몽골텐트로 돌아와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다. 김규현 기자
“추버 몬 살겠다. 이거 다 얼어뿌면 우야노.”(추워서 못 살겠다. 다 얼면 어떡하지.)
대구에 한파경보가 내려진 30일 아침,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농산에이(A)동 앞 주차장에 마련된 몽골텐트에
세찬 바람이 수시로 들어찼다. 이 텐트는 지난 10월25일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건물이 타버려 매장을 잃은 상인들이 한달째 물건을 파는 임시 점포다.
“추운 건 어차피 견디면 돼. 야들 다 얼까 봐 걱정이라. 오늘처럼 -1∼2도는 괜찮아도 계속 이래 추브만 다 얼어뿐다카이.” 이곳에서 34년째 장사한다는 김원숙(64)씨는 텐트 안에 쌓인 과일 상자들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과일을 보관할 곳이 없어 몽골텐트 안에 쌓아두고 있었다. 불에 탄 금고도 열지 못한 채 그대로다. 버섯 장수 전아무개(57)씨도 “냉장고가 필수인데 다 타버렸다. 그동안 날이 너무 따뜻해서 걱정이었는데, 갑자기 추워지니 이제는 버섯이 얼까 또 걱정한다”고 말했다.
몽골텐트에서 급한 대로 장사를 재개했지만,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매장과 100m가량 떨어진 탓에 경매 마치는 데까지 평소보다 30분에서 1시간씩 더 걸린단다. 김씨는 “경매장과 실시간 소통이 어려워 일꾼도 몇명 더 구했다”고 말했다. 텐트를 주차장에 설치한 터라, 길도 비좁다. 좁은 길에는 트럭, 지게차, 손수레 등이 뒤섞였다.
30일 아침 대구시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몽골텐트 사이에 쌓아둔 물건 뒤로 불에 탄 농산에이(A)동이 보인다. 김규현 기자
“홍준표(대구시장)도 오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이도 왔다 갔다. 와서 길만 비좁구로 했지 한달 되도록 보상도 안 나오고, 철거도 안 해주고 뭐라 이게.”
속도가 더딘 복구 작업에 상인들은 애가 탄다. 33년째 이곳에서 부추 등 채소를 파는 배아무개(70)씨는 화재 뒤 줄지어 찾아온 정치인들을 나무랐다. 그는 “해마다 (시장을) 옮긴다고 했는데 결국 못 옮겼다. 이제는 다른 생각 하지 말고 빨리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게 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몽골텐트 생활은 한달 더 해야 한다. 대구시가 연말까지 텐트 철거를 마치고 패널로 된 임시 점포를 만들기로 해서다. 불에 탄 건물이 다시 지어질 때까지 짧게는 1년 반에서 길게는 2년 동안 ‘패널 임시 점포’에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 셈이다. 대구시 농산유통과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예산 확보와 계약 수립 등 거쳐야 할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걸린다. 재건축과 이전 여부는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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