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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옥 스타벅스, 계단도 ‘콘셉트’라 장애인은 이용 못한다?

등록 2022-11-28 15:11수정 2022-11-28 15:27

18일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휠체어를 탄 김시형(39)씨가 계단 때문에 매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18일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휠체어를 탄 김시형(39)씨가 계단 때문에 매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진골목으로 불리는 대구 중구 대구근대골목길의 한옥 고택에 들어선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은 문을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1919년에 지어진 실제 고택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경주 등 다른 지역의 한옥 콘셉트 스타벅스와도 달랐다.

선천적 뇌병변 장애를 가진 김시형(39)씨는 지난달 24일 동료와 함께 전동휠체어를 타고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을 찾았다. 대구종로고택점 들머리는 사극에 나오는 대감집을 떠올리게 했다. 커다란 대문 앞엔 돌계단이 놓여있었고, 옆으로 작은 쪽문도 있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돌계단이나 턱을 넘어야 했다. 그는 카페를 한 바퀴 둘러 주차장 쪽에서 마당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았다. 마당까지 들어온 김씨와 동료는 고택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또 다른 난관에 부닥쳤다. 주문하려면 다시 계단을 올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스타벅스는 비교적 다른 카페에 견줘 휠체어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는데, 대구 중심 관광지에 들어선 스타벅스 매장을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매장에 들어가지 못한 김씨는 마당을 지나가던 매장 직원에게 카드를 건네고 주문을 부탁했다. 그런데 카드를 받아 들고 갔던 직원은 다시 나와 김씨에게 “지침상 고객의 카드로 대신 결제할 수 없다. 다른 매장을 이용해달라”고 말했다.

이곳은 2곳의 내부 공간과 외부 화장실까지 모두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구조다. 김씨는 “스타벅스 고객센터로 문의했지만 ‘한옥 콘셉트이라 어쩔 수 없다’, ‘고택을 활용했기 때문에 (기존에도) 계단만 있어서 휠체어 사용자가 들어가기엔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이날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을 찾았다가 주문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삐딱한 장애인들의 모임 ‘삐장’,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8일 오전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김규현 기자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삐딱한 장애인들의 모임 ‘삐장’,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8일 오전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김규현 기자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삐딱한 장애인들의 모임 ‘삐장’,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8일 오전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접근성보다 콘셉트가 우선하는 카페의 관행을 우리는 ‘차별’이라고 부른다. 문화재들도 접근성을 확보하려고 보수에 나서는데, 고택을 활용해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다는 이유는 핑계일 뿐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대구종로고택점에서 일어난 차별을 공식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차별로 진정하고,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계획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쪽은 “고택을 훼손 않고 그대로 재현하다 보니 장애인 출입 관련 시설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 건물주와 협업을 통해 관련한 보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 장애인 고객분들의 편의성 개선을 위해 모바일 포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한번에 모두 해결하긴 어렵지만 진심으로 경청하고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삐딱한 장애인들의 모임 ‘삐장’,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8일 오전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김규현 기자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삐딱한 장애인들의 모임 ‘삐장’,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8일 오전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김규현 기자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카페‧음식점 등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의 접근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권고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익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을 보면, 올해 5월부터 신축하거나 증축하는 시설물의 바닥면적이 50㎡(15평) 이상일 때 의무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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