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산 뒤 전혀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환전함으로써 상품권을 살 때 적용받은 10%의 구매 할인금만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8년 9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경남 거제시와 고성군의 14개 법인 명의로 지역사랑상품권 20억원어치를 10% 할인받아 18억원에 산 뒤 그대로 환전함으로써, 지역경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상품권 구매 할인금 2억원만 챙긴 혐의(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등 위반)로 17일 ㄱ씨 등 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과 경남도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은 2018년 지역사랑상품권 제도가 도입된 직후 이 제도의 허술한 부분을 악용했다. 2020년 5월 이전까지는 개인과 법인 모두 구입액의 10% 할인된 가격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 구입액은 20만~70만원으로 제한됐고, 법인은 제한액이 없었다.
이들은 이 점을 악용해 법인 명의로 상품권을 대량 사들인 뒤 자신들이 개설한 가맹점 28곳을 통해 그대로 환전함으로써 상품권 구매 할인금을 챙긴 것이다. 이들은 지역사랑상품권 부정유통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맹점을 개설해서 수천만원을 환전한 직후 가맹점을 폐업하는 수법을 반복했다. 하지만 실제 상거래가 일어나지 않는데도 지역사랑상품권이 대량 유통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고성군의 수사 의뢰로 결국 꼬리가 잡혔다.
유호진 경남도 소상공인정책과 주무관은 “이번 사건은 2020년 5월1일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이다. 현재는 개인에게만 할인 혜택을 주고, 법인에게는 할인 혜택 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범행이 불가능하다. 다만 개인은 소액이지만 여전히 부정유통의 가능성이 남아있어 정기적으로 일제단속을 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발행하는 상품권인데 발행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경남에서는 지난해 9478억원, 올해 9597억원어치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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