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비자연맹, 부산개인택시조합 등 부산 시민단체들이 지난 9월29일 부산시청 들머리에서 지역화폐 ‘동백전’ 계속 운영을 촉구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정부가 내년도 지역화폐 지원금을 한 푼도 배정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부산시는 존폐기로에 선 지역화폐 동백전을 살리기 위해 내년에도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의회가 제동을 걸지 않으면 동백전은 4년째 명맥을 유지한다.
부산시는 10일 “지역상권 활성화를 꾀하고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 15조3480억원에 동백전 예산 500억원을 편성해 부산시의회에 넘겼다”고 밝혔다. 부산시의회가 다음달 13일 본회의에서 동백전 예산 500억원을 전액 삭감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동백전 이용이 가능하다.
동백전은 2019년 12월 처음 출시됐다. 지역에 소비한 돈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지역에 재투자를 유도하고 지역 소상공인을 돕자는 취지다. 대형마트·백화점·수도권 본사 직영 점포 등을 빼고 골목상권에서 사용하면 사용금액의 일부를 캐시백 형식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캐시백 혜택에 시민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동백전 이용자는 지난달 31일 기준 105만명을 넘었다. 부산시 전체인구 332만명의 31.6%, 동백전 가입 조건인 만 14살 이상 300만명의 35%다. 지난달 31일 기준 실제 이용자도 72만명에 이르렀다. 부산시민 5명 가운데 1명꼴이다.
캐시백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부와 부산시가 분담했다. 지난해는 국비 1018억원과 부산시 예산 601억원 등 1619억원이었다. 올해는 국비 591억6천만원, 부산시 예산 1625억8천만원 등 2217억4천만원이다. 정부가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으면 부산시가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정부 지원금이 0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동백전 편익이 크기 때문에 내년에도 지속해서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500억원이 소진되면 추경을 편성해 월 이용한도 30만원에 캐시백 요율 5%를 적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동백전 중단 사태를 피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앞으로 증가할 가입자 수와 실제 이용자 비율 등을 고려하면 연간 캐시백 예산이 1천억원은 되어야 한다. 부산시가 내년 추경 때 500억원을 편성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와 추경 예산이 부산시의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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