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대구시 북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제11회 대구커피&카페박람회에서 시민들이 취향에 맞는 원두를 고르고 있다. 김규현 기자
커피명가(1990년), 다빈치커피(1997년), 핸즈커피(2006년), 카페봄봄(2012년), 빅다방(201년), 읍천리382(2020년)… 이 카페들의 공통점은?
이들은 모두 대구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뻗어 나간 커피 브랜드다. 21일 오전 대구시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11회 대구커피&카페박람회는 전국에서 모인 바리스타들과 커피를 맛보려고 온 커피 애호가로 북적였다. 박람회장 입구에 들어서자 그윽한 원두 향이 마스크를 뚫고 코로 들어왔다.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는 커피 머신·장비, 베이커리, 디저트, 친환경 용기 등 103개사 280개 부스가 참여했다.
21일 오전 대구시 북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제11회 대구커피&카페박람회에서 시민들이 대구의 커피 역사 전시를 보고 있다. 김규현 기자
대구는 ‘브라운시티’로 불릴 만큼 바리스타와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도시다. 대구에서 처음 문을 연 카페는 ‘아루스다방’(1936년)이다. ‘아루스다방’은 천재 화가라고 불리는 이인성이 즐겨 찾던 곳으로 유명했다. 1946년 국내 최초의 클래식 카페 ‘녹향’이 문을 열었고, 1970∼80년대엔 이른바 다방 전성시대를 맞았다. 1982년 문을 연 ‘미도다방’은 지금도 대구시 중구 진골목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0년 경북대학교 후문에서 시작한 ‘커피명가’는 자판기 커피 문화를 카페 커피 문화로 바꾸었다. 안명규 커피명가 대표는 국내 바리스타 1세대이기도 하다. 바리스타라는 단어를 전 국민에 알린 문화방송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2007년 방영됐는데, 대구에서는 그보다 4년 앞선 2003년 전문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학과 과정(대구보건대학교 와인커피전공)이 전국 최초로 개설된 바 있다.
휴가를 내고 친구와 함께 박람회에 왔다는 직장인 한아무개(28)씨는 “평소에 카페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다양한 카페의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찾아 왔다. 대구에서 생긴 카페 브랜드도 많고 유명한 개인 카페도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대구의 커피 역사를 한눈에 보는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대구시 북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제11회 대구커피&카페박람회에서 ‘블랙로드 커피 탐험’ 행사에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섰다. 김규현 기자
대구는 브랜드 카페만큼이나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로스터리 카페도 많다.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류커피’ 등이 대표적이다. 로스터리게더링이 열리는 박람회장 안쪽에는 지역 카페의 개성 있는 커피 맛을 보려는 참가자들이 줄지어 섰다. 이곳에서 ‘커피지상주의’, ‘댐퍼커피’, ‘던시티’ 등 대구 21개사와 서울·부산 등 다른 지역 20개사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시음에 쓰이는 컵, 빨대 등은 플라스틱 일회용품 대신 버려지는 밀짚으로 만들어 자연으로 생분해되는 제품을 사용했다. ‘블랙로드커피’는 원두를 다양한 로스팅 방법으로 추출해 맛보고 자신만의 ‘커피 도감’을 만들어보는 ‘블랙로드 커피 탐험’ 행사로 인기를 끌었다. 박수현(43)씨는 “같은 에티오피아 원두를 쓰더라도 업체마다 맛이 다 달라서 재밌다. 10년 전에 처음 와보고 육아하느라 한동안 못 왔는데, 오늘 마음에 드는 커피를 마음껏 사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람회 한쪽에는 커피 머신, 핸드드립 도구, 무인카페 운영용 자판기 등을 소개하고, 카페 창업 상담을 해주는 코너도 마련됐다. 커피뿐 아니라 밀크티, 홍차, 딸기라떼 등 최근 유행하는 음료들과 커피와 함께 곁들일 빵 종류도 만날 수 있었다. 충북 제천에서 온 우미미(53)씨는 “커피 박람회는 매년 찾아 온 다. 새로 나온 기계들도 보이고, 예전에는 커피 추출 기계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핸드드립 제품들도 많이 보인다. 최근 카페를 열려고 준비하는데, 여기에 오니 커피 트랜드가 조금씩 바뀌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대구시 북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제11회 대구커피&카페박람회에 다양한 핸드드립 도구들이 전시돼있다. 김규현 기자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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