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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육감, 청사 이전 역풍 맞자 “전임자도 추진한 것” 물타기

등록 2022-10-21 08:00수정 2022-10-21 09:06

부산시교육청은 청사가 비좁자 새 청사를 검토했으나 포기하고 2019년 11월 주차장 터에 지하 1층, 지상 6층 별관을 지었다. 김광수 기자
부산시교육청은 청사가 비좁자 새 청사를 검토했으나 포기하고 2019년 11월 주차장 터에 지하 1층, 지상 6층 별관을 지었다. 김광수 기자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새 청사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히자 ‘전임 교육감 때 추진한 사업’이란 점을 내세웠지만,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 교육감이 시의회와의 사전 협의나 교육단체 의견수렴 없이 서둘러 청사 이전 계획을 발표해 역풍을 맞자, 전임 교육감을 끌어들여 책임을 희석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현 교육감의 청사 이전 추진 진실공방

부산시교육청이 청사 이전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달 23일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2030년까지 부산진구 놀이마루(옛 중앙중학교)에 연면적 10만8천㎡, 지하 5층, 지상 16층 규모의 새 청사를 짓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 4급 간부를 단장으로 하는 청사 이전 추진단을 만들고 같은해 5월 청사 이전 기본계획 수립, 9월 청사 이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끝내고, 2024년 8월까지 중앙투자심사와 도시계획시설변경 절차까지 마무리짓겠다는 일정도 발표했다. 청사 신축 이전에 들어가는 예산은 3300억원이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사전 보고를 받지 못한 부산시의회가 반발하고, 공청회와 여론 수렴도 없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자 하 교육감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놀이마루로 현 청사를 이전하는 계획은 전임 교육감이 결재해서 추진한 것인데 왜 문제가 되느냐’고 항변했다.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시의회에 사전 설명 없이 추진된 측면이 있지만 현 청사는 근무환경이 열악해 오래 전부터 이전이 필요했다. 청사 이전 문제는 전임 교육감 시절에도 놀이마루에 청사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결재까지 받았던 문제다. 향후 공청회를 비롯해 의견수렴과정을 거처 차근차근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임 교육감이 추진한 사업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인데 왜 나만 문제 삼느냐는 투다.

전임 김석준 교육감 쪽은 “내부 검토는 했지만 30~40년 이상 된 학교들이 수두룩한데 1987년 지은 청사를 이전해 새로 짓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현 청사를 존속시키고 대안을 만들었다”며 “하 교육감도 난처한 상황에 빠지자 전임 교육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1차 청사 이전 검토 땐 별관 증축 결론

<한겨레>가 입수한 부산시교육청 내부 문서를 보면, 청사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임혜경 전 교육감 때다. 2013년 직원 설문조사를 했는데 청사 근무환경 개선 만족도가 전년도보다 낮게 나와 ‘장기적으로 청사 증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됐으나 당시엔 사무실 부족이 심각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증축을 포기했다. 청사 이전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내용은 2013년 7월 내부 문서에 담겼는데, 국장까지만 공유됐고 임 전 교육감의 결재는 없었다.

청사 이전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김석준 교육감이 재직하던 2017년 8월이다. 관련 부서가 김 교육감에게 청사 증축 검토안을 보고했다. 같은해 9월 행정국장이 신규사업 자체 검토회의를, 김 교육감이 청사 증축 관련 현안조정회의를 열면서 청사 이전 문제를 논의했다. 회의 결론은 ‘청사 (신축) 이전은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공간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주차장 터에 7층 규모 건물을 증축한다’는 것이었다. 이 결정에 따라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와 재정투자심사 등을 거쳐 2018년 12월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2991㎡ 규모의 별관 신축 공사가 시작돼 이듬해 10월 완공했다. 공사비는 73억8천만원이 들었다.

부산시교육청은 청사가 비좁자 청사 이전을 검토했으나 포기하고 지난해 10월 64억여원을 주고 주차장과 이웃한 사립유치원(네모 모양 건물)을 매입했다. 김광수 기자
부산시교육청은 청사가 비좁자 청사 이전을 검토했으나 포기하고 지난해 10월 64억여원을 주고 주차장과 이웃한 사립유치원(네모 모양 건물)을 매입했다. 김광수 기자
■ 2차 검토에서는 청사 앞 사립유치원 매입 결론

별관 공사를 앞둔 2018년 7월에 다시 청사 이전 문제가 검토됐다. 김 교육감이 7월12일자로 결재한 ‘놀이마루 터로의 부산시교육청 청사 이전 검토안’ 문서를 보면, 청사 이전 터는 복합문화공간인 부산진구 놀이마루(옛 중앙중학교)이며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2만3065㎡ 규모다. 예산은 555억원이다. 그런데 부산시교육청은 이 문서의 결론 부분에서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놀이마루로 이전이 타당하지만 현 청사의 내구연수와 증축, 새 청사 건립에 10년 이상 장기간 소요되는 점 등을 고려해서 장기적 검토 뒤 추진한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부산시교육청은 청사 신축 이전을 포기하고 현 청사의 증축을 위해 부산시교육청 앞 사립유치원을 매입하기로 하고 타당성연구용역을 맡겼다. 2020년 10월 용역보고서가 나왔는데 ‘장래 행정수요 증가에 따른 시설 확충 등을 위해 매입이 타당하다’는 의견이었다. 부산시교육청은 64억여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사립유치원 터 1986㎡를 사들였고, 올해 유치원과 이웃한 국유지 24㎡를 추가로 매입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매입 부지 2010㎡에 건축비 276억원을 들여 지상 5층, 연면적 4550㎡ 규모의 가칭 부산교육지원센터를 만든 뒤 시내 곳곳에 흩어진 지원센터 6곳을 입주시켜 2025년 개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 교육감이 청사 이전을 추진함에 따라 모든 게 불투명해졌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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