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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대구 ‘음악다방 쎄라비’…아이유 노래가 흘러 나왔다

등록 2022-10-17 11:42수정 2022-10-18 02:31

대구시 중구 ‘쎄라비 음악다방’에서 이종일(53) 대표가 선곡을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대구시 중구 ‘쎄라비 음악다방’에서 이종일(53) 대표가 선곡을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14일 낮 찾은 대구시 중구 동산동 ‘쎄라비 음악다방’. 칠이 벗겨진 빨간색 공중전화 위에는 ‘통화는 간단히’라는 경고가 붙었다. 전기 스위치 옆에는 ‘켜고 생각 끄고 생각 항상 생각 불조심’이라고 적힌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명의의 표어도 있다. 벽면에는 비틀즈 사진이 붙어있고, 잡지 르네상스, 모던타임즈, 주간여성 등이 꽂혀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 뒤로 보이는 뮤직박스 안은 엘피(LP)판으로 가득했다. 80년대 대학가 음악다방을 옮겨 놓은 듯한 쎄라비에서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가 흘러나왔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흐르는 듯했다.

쎄라비는 2012년 배우 장근석, 윤아 주연의 한국방송 드라마 <사랑비> 촬영으로 만들어진 세트장이다. 70∼80년대 배경의 이 드라마는 일본, 중국 등으로 한류를 타고 번져 한때 한류 관광지로 사랑받았다. 그러다 2017년께부터 중국의 사드보복, 일본 불매운동 등이 이어지면서 국외 관광객 발길이 줄었고, 코로나19 사태로 결국 문을 닫았다. 촬영이 끝난 뒤 남겨진 세트장은 한 일본인이 직접 카페로 운영하기도 했지만, 문을 닫기 직전 이곳은 일반 사무실로 운영됐다.

대구시 중구 ‘쎄라비 음악다방’. 김규현 기자
대구시 중구 ‘쎄라비 음악다방’. 김규현 기자

쎄라비가 지난 8월말 다시 문을 열었다. 이날 이곳을 처음 찾았다는 김민정(39)씨는 “매일 이 골목으로 산책하는데 간판에 불이 켜지기만 기다렸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궁금했는데 오래된 엘피 카페 느낌이라 생각했다. 막상 와 보니 오히려 저희 또래가 좋아할 만한 레트로 감성이라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종일(53) 쎄라비 대표는 같은 건물 지하에 2017년 작업실 연 뒤 처음 쎄라비를 처음 방문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사랑비> 2화가 틀어져 있었는데, 남자 주인공이 대학 노천강당에서 기타 메고 노래하는 모습이 꼭 젊은 시절 제 모습 같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대학 때 노래패 활동하며 늘 노래하던 장소였고, 그곳에서 백기완 선생님 모시고 대중연설도 듣고 데모도 많이 했습니다. 뭔가 운명 같았어요.”

대구시 중구 ‘쎄라비 음악다방’. 김규현 기자
대구시 중구 ‘쎄라비 음악다방’. 김규현 기자

그는 쎄라비가 방치돼있다는 소식을 듣고 선후배 문화예술활동가들의 후원을 받아 공간을 인수했다. 이 대표는 “쎄라비는 한국문화를 국외에 많이 알린 장소다. 한국의 80년대 문화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이곳에 오면 자연스럽게 독립운동의 출발이었던 3·1만세운동길도 만날 수 있다. 공간이 방치돼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턱대고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쎄라비 뒤로는 대구의 독립운동 장소인 3·1만세운동길이 나 있고, 근대 의료 선교사들이 주로 살았던 주택과 의료선교박물관 등이 모인 청라언덕이 있다. 대구근대골목투어의 출발점이기도 한 이곳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젊은층에도 인기 있는 장소다.

현재 쎄라비는 대구정신장애인종합재활센터가 정신장애인 직업재활프로그램으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을 맡는다. 저녁 시간부터 오후 9시까지는 대관 사업을 주로 한다. 지역의 문화예술활동가들이 시 낭송회, 음반 발표, 출판 기념회 등을 연다. 쎄라비에서 파는 음료는 3000원부터 5000원까지다.

“이 공간에서는 누구나 걱정 없이 쉬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선배들, 지역의 나이 든 예술가들, 동네 주민들 모두요.”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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