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부산시청 26층 회의실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왼쪽부터),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가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광수 기자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가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을 포기하고 새로 추진하기로 한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과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이 법적 기구가 아닌 데다 부산·경남이 행정통합을 하려면 법률까지 제정해야 하는 등 절차가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 비법적 기구 초광역경제동맹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개정을 거쳐 지난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자치단체 특별연합은 둘 이상의 자치단체가 공동사무를 처리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다. 절차가 까다롭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행정통합으로 가기 전의 자치단체 간 연대체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치단체 특별연합은 지난 4월 행정안전부가 규약을 승인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다. 부산·울산·경남 광역의원 9명씩 27명으로 꾸려진 특별연합의회를 출범시켜 내년 1월부터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의 18개 분야 61개 사무와 중앙행정기관이 위임하는 3개 분야 65개 사무를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백지화됐다. 지난 12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 김두겸 울산시장이 부산시청 26층 회의실에서 가진 3자 회동 뒤 발표한 합의문에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은 실효성과 효율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출범하기가 어렵다”고 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 등이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이다. 3개 시도지사는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은 특별연합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기능을 포함해 부산울산경남 초광역 협력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업무를 두루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에서 처리하려던 21개 분야 126개 사무보다 더 많은 사무를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이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또 박 시장은 13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과거의 (각종) 협의체는 그냥 각자 있다가 필요할 때만 만나는 그런 수준이었지만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은 국장급(3급·부이사관)을 단장으로 하는 전담사무국을 두는 등 상설기구화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부산시 26층 회의실에서 김두겸(왼쪽부터) 울산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가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해산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광수 기자
박 시장 등의 설명에도 일각에선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이 법적 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부산권 대학교수는 “법률에 근거해 만든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중앙정부로부터 일정의 권한과 재정적 지원을 약속받은 기관이다. 그러나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실효성은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보다 더 있다”고 말했다. 한상현 민주당 경남도당 대변인(경남도의원)은 “단체장들이 하루에 뚝딱 도깨비방망이 휘두르듯 해 만들어진 지역동맹이나 협의체는 이미 기존에도 수없이 많았고, 임시로 설치했다가 다시 흐지부지되기를 반복했다”며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을 비판했다.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의 업무수행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내년 1월 출범할 예정이던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의 정원이 147명이지만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은 부산·울산·경남에서 각 3명씩 파견해 정원이 9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업무를 시작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합동추진단 관계자는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이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보다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정원이 16배나 적으면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가능하겠느냐. 법적 기구도 아닌 미니 조직이어서 정부가 협상 파트너로 인정해 줄 것인지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이 도로·교통·경제분야 업무만 처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한 3개과 10개팀 50여명의 직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더 험난한 부산·경남 행정통합
자치단체 간 행정통합은 둘 이상의 자치단체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2010년 통합한 경남 마산·창원·진해시(통합 창원시)와 2014년 통합한 청원군·청주시(통합 청주시)가 그 예다. 둘 다 기초단체 간 행정통합이다.
광역단체 간 행정통합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지난 10여년 동안 시도했지만 통합자치단체명, 본 청사의 위치, 조직개편방안 등에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 무산됐다. 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020년 11월 3~4일 경남도의회 시정연설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행정통합을 제안하기는 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으로 선회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도 지난달 19일 “특별연합은 실효성이 없다”며 부산·경남·울산 행정통합을 제안했지만 김두겸 울산시장이 반대했다. 결국 지난 12일 3자 회동을 마치고 박 시장과 박 지사는 “통합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2026년까지 부산과 경남만 행정통합하겠다”고 했다.
부산과 경남이 하나의 자치단체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통합 창원시와 통합 청주시처럼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지방자치법(5조)에선 자치단체를 폐지·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에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을 만들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뒤 새로 당선된 박 지사와 김 시장이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을 앞장 서 포기한 것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이 쉽지 않다.
특별법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지방의회 승인 또는 주민투표 등 숱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는 데다 행정통합 뒤 선거구를 조정하면 희비가 엇갈릴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구조조정에 부정적인 공무원 조직의 반발을 해결해야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숱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2026년까지 부산과 경남을 하나의 자치단체로 만들기엔 물리적 시간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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