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부산 강서구 신호동 인공철새서식지에 마련된 둘레길 모습. 김영동 기자
지난 7일 부산시 강서구 신호동 신호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신호동 인공철새서식지’에 마련된 둘레길.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길에는 소나무, 수양버들, 갈대숲 등이 무성했다. 길 근처에는 군부대의 경계 초소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낚시꾼들의 모습도 보였다. 주민 이아무개(61)씨는 “낙동강 하류와 가덕도 앞바다 등이 보여 탁 트인 전망이 좋아 자주 산책 나온다. 예전에는 군사시설이라서 철조망 등으로 막혀 있어 (이곳) 풍경이 많이 궁금했는데, 이처럼 전망이 훌륭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둘레길 안내판에는 ‘자연 그대로가 만들어내는 풍경, 철새와 사람이 쉬어가는 곳’이라고 적혀 있었다. 둘레길 안쪽에 있는 습지 위로 오리 등이 날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주민 김아무개(49)씨도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곳이라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 진우도, 신자도, 장자도 등 낙동강 하구 모래섬도 보이고, 철새 모습도 볼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부산 강서구 신호동 인공철새서식지에 마련된 둘레길 모습. 김영동 기자
인공철새서식지는 지난 1995년 신호지방산업단지 조성 당시 낙동강 하구를 찾는 철새 보금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 등의 지적에 따라 국가지정 문화재현상변경 허가승인 조건부로 1997년 조성됐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곳을 해안경계 군사작전지역으로 지정하고 2000년 1월 군부대를 주둔하면서 20년 넘게 민간인 출입이 제한됐다.
주민들의 인공철새서식지 개방 요구가 높아지자 강서구는 지난 2019년 5월 국방부와 문화재청 등과 협의에 나섰고, 이듬해 6월 과학화 감시장비 설치 등 조건으로 개방에 합의했다. 강서구는 지난해 11월 11억원을 들여 밧줄 울타리, 야자 깔개 설치 등 둘레길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이어 신호동 남쪽 끝에서 북쪽 신호대교 근처까지 길이 1.5㎞, 폭 2m의 둘레길을 만들어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낙동강 하구의 철새 서식처 구실을 하는 이곳에 더는 철새가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했다. 20여년 동안 낙동강 하구에서 철새 모니터링을 하는 ‘습지와새들의친구’는 “봄(4~5월), 가을(8~10월)에는 철새인 청다리도요새(국제자연보존연맹 지정 멸종위기 관심 대상)와 물떼새 등 철새 군집이 이곳 근처에서 쉬어갔다. 큰고니(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도 종종 관찰됐다. 특히 겨울철에는 이곳의 개펄에서 노랑부리저어새(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가 먹이활동을 했다. 철새들은 사람을 매우 경계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곳을 찾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 7일 부산 강서구 신호동 인공철새서식지에 마련된 둘레길 모습. 김영동 기자
습지와새들의친구는 철새와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바다 쪽을 피하는 방식으로 둘레길 구간을 다시 조정하거나, 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만조 시간 전후 2시간 동안 둘레길 이용을 제한하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철새 서식처를 훼손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서구 관계자는 “서식지를 개방했기 때문에 철새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철새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명도 설치하지 않는 등 규모도 최소화해 공사를 진행했다. 모든 과정에서 조류 전문가들과 깊이 있는 협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