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구원이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과 관련해 지난해 12월24일과 지난 8월31일 내놓은 연구결과 보고서. 경남연구원 제공
경남도 출연기관인 경남연구원이 부산·울산·경남의 연합 체제 구축과 관련해 전혀 다른 결론을 담은 정책 보고서를 내 논란이 인다. 경남도 집행부 권력 이동에 따라 정책연구기관의 입장도 함께 뒤바뀐 게 아니냐는 것이다.
6일 경남도와 경남연구원에 따르면, 경남연구원은 지난 8월31일 ‘부울경 특별연합 실효성 분석’이란 제목의 용역보고서를 경남도에 제출했다. 경남도 의뢰를 받아 지난 7~8월 두달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동안 미공개 상태로 있다가 이날 공개됐다.
보고서에는 김경수 전 지사가 주도한 ‘부울경 특별연합 전략’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담겼다. “3개 시·도 협력 과정에서 서부경남 소외 지속 및 일부 경남지역이 부산의 위성지역(주변지역)으로 전락할 우려” “구체적 비전과 목표, 법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태에서 급속히 추진” “시·도 간 갈등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상태로 특별연합 규약 승인” 등의 평가가 그런 예에 속한다.
이 보고서는 특별연합보다 더 긴밀도가 높은 ‘행정통합’을 주창한 박완수 현 지사의 논리적 근거로 활용됐다. 박 지사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달 19일 ‘특별연합’을 폐기하고, 대신 부울경 ‘행정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출범한 특별연합의 업무개시 100일을 앞둔 전격 폐기 선언인 터라 파장이 일었다.
흥미로운 건 경남연구원은 기존 특별연합 전략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온 기관이라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 ‘경남형 부울경 메가시티 발전계획 수립’에서 특별연합의 실행전략을 제시했다. 한 예로 서부경남 중심도시인 진주를 부산·울산·창원과 함께 부울경 메가시티의 4대 거점 도시로 선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지어 이 연구원은 박 지사의 ‘행정통합’ 구상에는 유보적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2020년 12월 제출된 ‘부산경남 행정통합 필요성에 관한 기초연구’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행정통합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특별지방자치단체(특별연합)를 적극 활용하여 전국적 선도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연합’→‘행정통합’ 단계론을 편 셈이다. 행정통합으로 바로 가기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경남연구원이 지난 3월23일 발간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홍보자료 표지. 경남연구원 제공
불과 수개월 새 결론을 바꾼 경남연구원의 보고서는 공교롭게도 작성자가 겹친다. 행정통합을 옹호한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원 12명 중 9명은 특별연합의 실행계획을 담은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두 연구에 모두 참여한 한 연구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8월 초에 초안을 제출하고 그 연구에서 손 뗐다. 초안과 다르게 보고서 내용이 수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송부용 경남연구원장은 “지난 4월 마련된 특별연합 규약에는 그간 (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담기지 않아 실행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현실성이 낮은 특별연합에 목매기보다는 특별연합 단계를 폐기하고 행정통합으로 바로 가는 게 좀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지난 8월 원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뒤 지난달 취임했다. 지난해 10월 전임 원장 사임 뒤 원장직은 10개월간 공석이었다. 임명권을 갖는 연구원 이사회의 이사장은 박완수 지사다. 송 원장은 취임 전 박 지사의 경남지사 인수위에 참여한 바 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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