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등 노동단체들은 5일 창원고용노동지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관련법 강화를 촉구했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
최근 한달 새 중대산업재해가 잇달아 발생한
현대비앤지스틸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바꾸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직무를 신규 대표에게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이 회사 대표는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인 정일선(52)씨였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 3월29일 이사회를 열어 이선우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했다. 이에 이 회사는 이 대표와 정 대표가 함께 이끄는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2008년부터 줄곧 단독 대표를 맡아온 정 대표는 이 회사 지분 2.52%(6월 말 기준)를 보유한 대주주로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다. 이 회사의 전신은 삼미특수강으로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부도 처리된 뒤 2001년 현대제철이 인수해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
이와 함께 이 회사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 직무를 이 부사장(대표)에게 맡겼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자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은 <한겨레>에 “현재 서류상 안전보건최고책임자는 이선우 대표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시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27일) 뒤 두달이 막 지난 때였다. 중대재해 발생 시 그 책임을 경영책임자에게 묻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로 상당수 기업에서 이런 형태의 지배구조 변화를 꾀한 바 있다. 노동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를 형해화하는 꼼수라고 짚은 조처가 재계 서열 2위 그룹의 계열사에서도 있었던 셈이다.
이런 개편에 따라 실제 정 대표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중대재해에 따른 책임을 피할 공산이 있다. 이 회사 창원공장에선 지난달 16일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사내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했다. 노동청은 첫번째 사고로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사고 공정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중대재해가 또 발생하자 또다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등 사고 수습은 이선우 대표가 도맡고 있다. 노동청 담당자는 “조사 과정에서 실질적 안전책임자가 이 대표가 아닌 정 대표로 드러나면 중대재해에 따른 책임도 정 대표가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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