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부산 남구 대연동의 남구청 앞에서 ‘수소충전소 반대 추진위원회’ 주민들이 용당동 신선대부두 근처에 수소충전소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수소충전소 반대 추진위원회 제공
부산항 신선대부두가 있는 남구 용당동이 시끄럽다. 지난해부터 민간사업자가 이곳에 수소충전소 건설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남구청과 용당동 주민 말을 들어보면, 지난해 4월 환경부와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추진한 ‘수소충전소 설치 민간자본 보조사업’에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에너지 전문 민간사업자 이원(E1)은 용당동 신선대부두 근처에 60여억원을 들여 5천여㎡ 규모의 수소충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안전성에 우려가 크다며 ‘수소충전소 반대 추진위원회’를 꾸려 이원 쪽에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위는 수소충전소 예정지 근처에 위험 시설이 많아 주민의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 수소충전소 예정지 인근에는 항만 부두 시설 배후지의 특성상 천연가스충전소, 페인트 공장, 정유 업체의 유류 저장고 등이 몰려 있다.
반대위는 지난 8월19일 남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손팻말 시위를 이어가는 등 수소충전소 설치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반대위 쪽은 “2019년 5월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 등 수소충전소의 위험성이 크다. 설계상 안전하다고 해도 다른 이유 등으로 만에 하나 폭발하게 된다면, 수천명이 사는 용당동에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위는 이원 쪽이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승용 위원장은 “지난해 4월부터 수소충전소 건설이 본격화했는데, 주민설명회는 지난해 10월에야 처음 열렸다. 주민 몰래 추진하면서 설명회도 보여주기식으로 느지막이 여는 등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도를 넘었다. 위험 시설이 많은 곳에 수소충전소까지 들어오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세차례 주민설명회를 열었던 이원은 지난 8월 수소충전기 설치를 위해 남구에 고압가스제조 인허가 신청을 냈다. 민간사업자가 수소충전소를 세우려면 관할 지자체로부터 고압가스제조 허가와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반발하자, 이원은 주민과 대화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곧바로 인허가 신청을 취하했지만, 한달 만인 지난 9월13일 인허가를 재신청했다. 주민 반발의 강도 등을 고려할 때 대화로 해결할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남구는 이원이 재신청한 인허가 관련 서류가 미비하다며 7일까지 보완을 지시했다. 남구는 고압가스제조 허가 기준 등 관련 법규를 살펴보고 있지만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등에 따라 절차상 문제가 없으면 허가해야 한다. 남구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소충전소와 관련된 여러가지 법규와 기준 등을 꼼꼼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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