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김두관 국회의원이 공개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옥중편지. 김두관 국회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특별연합 단계를 밟지 않고 곧바로 부산·울산·경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건설을 제안했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연합 없는 통합은 기초공사도 하지 않고 집을 짓겠다는 격”이라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김두관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김경수 전 지사를 면회하고 왔습니다.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방향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담긴 김경수 지사가 손수 작성한 옥중서한을 전달받았습니다”라며 김경수 전 지사의 옥중편지를 공개했다. 김 전 지사의 옥중편지는 “특별연합은 실익이 없고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박완수 지사의 발표 사흘 뒤인 지난 22일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방향 및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옥중편지에서 “연합과 통합은 서로 배치되는 사업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는 사실상 하나의 사업”이라며 “연합 없는 통합은 ‘기초공사도 하지 않고 집 짓겠다는 격’ ‘밥상 엎어버리고는 살림 합치자고 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또 “부울경 메가시티는 행정통합을 최종 목표로 하되, 특별연합에서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함. 그 과정에서 메가시티,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놓고 시·도민들과 소통, 공감대 형성, 공론화 추진과 해외 사례 연구 및 현지답사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행정통합으로 나아가야 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완수 지사는 이날 경남도청 실국본부장회의에서 “부울경 특별연합은 경남 미래에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경남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충분한 분석을 하고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경남도지사 입장에서 경남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의심스럽다. 경남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을 할 수 없다. 그것이 나를 찍어준 도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지사는 또 “특별연합은 특별한 권한이 없다. 재정적인 지원 없이 업무만 떠안게 된다. 특별연합은 단점이 많기 때문에 특별연합을 거치지 말고, 당초 의지와 계획대로 곧바로 부울경 행정통합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9년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울산·경남을 다시 하나로 합하자며, 그 전 단계로 ‘부울경 메가시티’ 건설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전국 첫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지난 4월18일 출범해, 내년 1월1일 공식적으로 사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완수 지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연합은 비용만 낭비하고 실익이 없다”며 “중간단계 없이 곧바로 2026년 부산·울산·경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아 창원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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