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가 지난 15일 제295회 정례회 본회의를 열었다. 대구시의회 제공
‘홍준표 대구시장의 들러리’라 평가받던 대구시의회가 홍 시장의 역점 사업에 줄줄이 제동을 걸고 있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부터 열린 대구시의회 제295회 정례회에서 각종 기금 폐지 조례안과 한시 조직 설치, 시정특별고문 도입 조례안 등 홍 시장의 역점 사업을 담은 조례안 11건이 각 상임위원회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가 유보됐다. 국민의힘이 시장과 시의회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해온 대구에서 시의회가 조례안을 무더기 심사 유보한 것은 드문 일이다. 현재 대구시의원 32명 중 국민의힘 소속이 31명, 더불어민주당이 1명이다.
대구시가 제출한 기금과 특별회계 폐지 조례안 10건 중에선 남북협력기금, 농촌지도자육성기금, 기반시설 특별회계 폐지안 3건만 상임위를 통과했다. 사회복지기금·메디시티기금·체육진흥기금·인재육성기금·양성평등기금·시립예술단진흥기금 6개와 중소기업육성기금 특별회계는 해당 목적 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기금 존치 의견이 나왔다. 앞서 7월14일 대구시는 채무 감축을 위해 기금 9개, 특별회계 4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시장의 공약 이행을 위해 군사시설이전정책관·금호강르네상스추진기획관·시정혁신조정관 등 6개 한시 기구를 신설하는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시장의 주요 정책과 현안 사항 등에 자문 구실을 하는 시정특별고문을 두는 ‘시정특별고문 운영에 관한 조례안’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소관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는 한시 기구 신설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마치지 않은 점을, 시정특별고문에 대해서는 자문료 300만원을 애초 명시했다가 최종 조례안에서 빠진 점 등을 지적했다. 이 밖에 ‘2022년도 문화체육관광국 소관 출연 변경 계획안’과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 유보됐다.
조례안 무더기 심사 보류는 집행부가 의회와 충분한 소통 없이 정책을 추진해온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시 기구 신설과 시정특별고문 운영 조례안은 모두 회기 열흘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긴급안건으로 접수됐다. 임인환 기획행정위원장은 “최소한 제출 기한을 지켜 의회에서 검토하고 조정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두 안건 모두 긴급 사안도 아니다. 앞으로 긴급하지 않은 안건을 긴급안건으로 접수하면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대현 시의원도 “홍 시장의 여러 정책 결정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일균 시의원도 “홍 시장이 시장이 되지 않았으면 이 시점에서 기금을 폐지했겠나. 사업 목적이 뚜렷한 기금을 폐지해 빚을 갚아야 할 만큼 대구시 부채가 많은 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구시의회는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30일까지 유보한 조례안을 추가 검토한 뒤 통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7월 대구시의회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컸던 공공기관 통폐합 조례안을 모두 통과시키며 홍 시장의 들러리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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