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로 뒤덮인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 도동선착장. 한겨레 자료사진
낙동강 주변 공원·주택가 등지의 공기에서 발암성 물질인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녹조에서 발생한 독소가 미세먼지 크기의 공기 에어로졸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낙동강물과 이 물로 재배한 농작물, 낙동강물을 정수한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된 적은 있으나 공기를 통해 독소가 낙동강 주변 지역에까지 널리 퍼진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은 21일 국회 소통관과 부산·대구·경남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주변 공기를 여러 곳에서 채집해 분석한 결과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옛 남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공기 채집은 김태형 창원대 교수팀(환경공학)이 맡았고 분석은 이승준 부경대 교수팀(식품과학)과 신재호 경북대 교수팀(응용생명과학)이 진행했다.
부산 환경단체들이 21일 부산시청 들머리에서 낙동강 녹조 독소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분석 결과 공기 채집에 성공한 지점 11곳에서 모두 마이크로시스틴이 0.1(경남 합천군 저수지)~6.8ng/㎥(대동선착장 배 위)가 검출됐다. 특히 낙동강 기슭에서 직선거리로 1.17㎞나 떨어진 부산 ㄱ아파트 옥상에서 채집한 공기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1.88ng/㎥)이 나왔다. 낙동강 녹조 독소가 바람을 타고 도심까지 날아갔다는 얘기다. 1ng/㎥는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1m인 공간에 10억분의 1그램(g)에 해당하는 물질이 있다는 뜻이다.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주변 직선거리 1㎞가량까지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점을 염두에 두면 시민이 즐겨 찾는 낙동강변 생태공원과 선착장, 주거단지·학교·관공서, 정수장과 농작물까지 녹조 독소에 상시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정도의 검출량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는 명확하지 않다. 국내엔 관련 기준치도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비교할 만한 사례는 있다. 미국 미시간주 호수(베어 레이크)와 캘리포니아주 강, 뉴햄프셔주 강 주변 공기를 채집해 분석한 결과가 그것이다. 조사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 검출된 독소량보다는 크게 작았다. 한 예로 2015년 진행한 뉴햄프셔주 강 주변 공기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은 0.384ng/㎥(최대값 기준)에 그쳤다. 이번 낙동강 주변 공기 조사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은 이보다 최대 17.7배 더 많다.
이승준 부경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에어로졸의 인체 위해성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걸음마 단계다. 다만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이 훨씬 더 많게 나온 점을 고려해 관련 연구를 서두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쪽도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이 녹조가 에어로졸 형태로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가 끝나는 대로 에어로졸 영향 가능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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