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권근 대구시의원(오른쪽)이 지난 16일 대구시의회 제295회 2차 본회의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왼쪽)에게 대구시 새 청사 터 일부 매각 계획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대구시의회 생중계 화면 갈무리
새 시청사 건립을 둘러싼 대구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심상찮다. 대구시가 부족한 건립 비용 조달을 위해 새 청사 터 일부를 매각하려 하자, 청사가 들어설 지역의 시의원이 공개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새 청사 건립이 시급 현안은 아닌 만큼 재원 조달 방안을 찾기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지난 16일 열린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선 대구시가 이달 초 발표한 새 청사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새 청사 부지가 있는 달서구의 윤권근 시의원(국민의힘)은 “지역 사회 숙의를 거쳐 만든 새 청사 건립 방안과 최근 대구시가 발표한 방안은 내용이 서로 다르다. (시장이 취임한 지) 두달 남짓 만에 즉흥적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대구시 방안은) 공공성은 배제하고 경제성만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5일 새 청사가 들어설 달서구 두류정수장 15만8천여㎡(4만8천여평) 가운데 9만㎡(2만7천여평)를 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꾼 뒤 민간에 매각해 4500억원 상당을 새 청사 건립 비용으로 충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애초 대구시는 이 부지를 상업용지가 아닌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사용하는 ‘복합 행정 공간’으로 구상했으나 새 청사 건립 비용으로 2012년부터 쌓은 적립금 대부분을 코로나 대응에 써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참이었다.
대구시 새 청사 이전 터인 대구시 달서구 두류정수장 터 활용 방안. 대구시 제공
홍준표 시장은 이날 시의회 답변에서 “대구시의 빚이 2조원이 넘고 매년 이자로 400억원이 나가는데, 기금을 적립할 수 없다. 동인동 청사를 매각하고 국비 지원을 받아보자고 했으나 이 방안에 대해선 (주민들이) 반대했다. 새 청사 터 일부 매각은 고심 끝에 마지막으로 나온 방법”이라며 “이 방안도 싫다고 하면 임기 중에는 (돈이 없어서) 건립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했다. 홍 시장은 “대구시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기금에서 빌려간 돈(1765억원)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윤 의원 지적에 “그건 권영진 전 시장한테 물어보라”고 말을 자른 뒤, “돈을 마련할 다른 방안이 있다면 알려 달라”고 되물었다.
일부에선 새 청사 건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경실련은 대구시의 건립방안 발표 직후인 지난 7일 낸 성명에서 “새 청사 건립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지만, 중요한 공유재산까지 매각할 정도로 (시급한 건) 아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차용해 쓴 돈을 기금에 단기간에 상환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며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해 청사 건립 예산 충당 방안과 건립 시기 등을 논의하고 합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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