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광장’은 부산 부산진구를 지나는 중앙대로 한복판에 있다. 지난 14일 오후 이곳을 찾았을 때, 시민 몇 사람이 광장으로 가려고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녹색 보행 신호를 기다리던 송아무개(81)씨가 동행한 딸을 보며 투덜거렸다. “(신호가) 와 이리 퍼뜩 안 바끼노? 해 저물겄다.”
송씨는 고질적인 허리 통증 때문에 혼자서는 외출이 쉽지 않다. 바깥나들이는 딸이 집에 올 때 인근 송상현광장을 찾는 게 유일하다시피 하다. 송씨는 “집 근처에 광장이 있어 좋지만, 혼자서 횡단보도를 건너 이곳에 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조금 불편한 사람도 마음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별도의 통행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장에는 시민 100여명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산보를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운동하려고 나왔다는 50대 박아무개씨는 “왜 광장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 올 때마다 신호 바뀌기를 기다려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니 맘 편히 자주 찾아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송상현광장은 부산시가 1850억원을 들여 2014년 6월 문을 열었다. 시민들에게 교류와 소통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광장은 길이 550여m, 너비 30여m에 면적은 3만4740㎡로, 1시에서 7시 방향으로 이어진 긴 띠 모양이다. 문제는 광장이 섬처럼 고립된데다, 접근로가 횡단보도 6개뿐이라는 사실이다. 광장의 서쪽엔 왕복 8차로 중앙대로가, 동쪽엔 왕복 4차로 전포대로가 지난다. 남쪽에는 삼전교차로, 북쪽에는 송공삼거리가 있다. 도시철도 1호선 부전역에서 광장을 가려면 횡단보도 2곳을 지나야 한다. ‘거대한 교통섬’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하루 평균 1700여명이었다. 올해는 하루 평균 2200명이 찾았다. 광장의 규모에 견줘 방문객이 적다. 근처 부산시민공원의 방문객이 하루 평균 2만명이 넘는 것과도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부산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2017년엔 광장 활성화를 위해 접근성 개선책도 발표했다. 부전지하상가와 광장을 잇는 지하보도와, 부산시민공원과 광장을 걸어서 갈 수 있는 보행 육교를 놓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220억원에 이르는 예산 마련이 쉽지 않아 사업을 중단했다. 부산시 공원정책과 관계자는 “예산 상황과 타당성 검토 끝에 시급한 사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주민 요구가 많아지면 재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애초 설계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부산시도 예산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활성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광화문광장도 세종로 가운데 있을 때는 텅 빈 섬 같았는데, 광장 양쪽에 있던 도로를 한쪽으로 통합하면서 광장을 넓혀 지난달 재개장했다. 접근성이 좋아지자 많은 시민으로 북적일 정도로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동진 경성대 교수(도시공학과)는 “도심에 넓은 광장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자산이다. 접근성을 개선해 시민들이 광장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부산시는) 여러 시도와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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